사우디·카타르·UAE서 792억$ MOU
“넓은 운동장서 기업 마음껏 뛰길”
사우디 “윤, 1초 낭비 않고 세일즈”
윤석열 대통령의 4박6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이 26일 종료됐다. 이번 순방의 키워드는 단연 ‘새로운 중동붐’이다. 180여 명에 달한 순방 경제사절단 규모를 통해서도 윤 대통령이 이번 중동 세일즈에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실도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사우디와는 156억 달러, 카타르와는 46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와 계약 성과를 거뒀다. 이는 작년 말 사우디와의 290억 달러 규모 MOU,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의 300억 달러 투자 약속에 이은 것이다.
총 792억 달러 규모, 한화로 107조원 시장을 잡은 성과다. 새로운 중동붐에 시동을 건 셈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중동 Big3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에게 총액 792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운동장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홍보수석도 “더 넓게 확보하게 된 운동장에서 국민과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게 하자, 그래서 더 잘살 수 있는 미래를 앞당기자는 것이 윤 대통령이 열사의 땅에 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에서 마지막 밤이었던 지난 23일 한 호텔에서 윤 대통령은 경제사절단들과 함께 만찬을 하며 이번 순방의 의의를 보다 직접적으로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동 진출로 1970년대 오일쇼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붐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단순히 석유 수출로 돈을 벌던 시절에서 발전한 포스트 오일 시대를 표방하며 ‘비전 2030’이라는 국가 목표를 세운 상태다. 비전 2030을 실현할 프로젝트들도 가히 메가급이다.
사막인 네옴 지역의 170㎞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친환경 수직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더라인(The Line)’,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대규모 복합 단지를 형성하는 ‘키디야(Qiddiya)’, 사우디 군도의 관광 개발 프로젝트인 ‘홍해(The Red Sea)’, 가장 오래된 유적지인 디리아 유산을 중심으로 한 문화 지구 건설 프로젝트인 ‘디리야 게이트(Diriyah Gate)’ 등이 비전 2030을 채우고 있다. 알려진 사업 규모만 총 500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같이 다양한 프로젝트 중 현재 250억 달러 규모 사업의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한국 기업의 입찰을 간절히 바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정 곳곳에서 묻어난다.
나드미 알나스르 네옴컴퍼니 최고경영자(CEO) 등과 네옴 전시관을 찾았을 때 윤 대통령은 스마티시티를 구축한 ‘세종시’를 언급하며 ” 디지털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더라인’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많이 참여하는 게 사우디에도 유리하다”고 홍보했다.
특히 더라인 중간이 산악 지역이기 때문에 시티를 연결하기 위해 터널을 뚫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한국에는 산이 많기 때문에 산악 터널을 뚫는 건 한국기업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에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은 한국 기업을 세일즈하는 데 단 1초도 낭비하지 않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이번 중동 순방에서 윤 대통령이 쉬지 않고 세일즈에 나선 배경에는 악화된 우리나라의 수출 현황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올해 1~6월 무역수지는 누적 264억6700만 달러(약 35조9157억원) 적자다.
지난 20일 무역협회가 국제통화기금(IMF)자료를 인용한 국가별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IMF가 선정한 주요 208개국 중 한국은 200위다. 지난해 198위에서 3계단이 하락한 수치다. 북한(109위)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무역 수지가 악화한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액이 함께 오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에너지 강국인 사우디와 카타르를 연이어 방문해 안정적인 에너지 협력 강화를 약속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 가격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해야만 무역 수지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차원에서는 침체된 정부여당의 분위기를 이번 세일즈 외교로 쇄신하고자 하는 목표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번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를 겨우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10월20일 발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 나온 가장 다수의 답변은 ‘경제/민생/물가(17%)’였다. 고물가에 팍팍해진 민생과 경제 침체에 민심이 냉랭해진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세일즈 외교의 성과가 즉각 실물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순 없지만 대통령이 국내외로 경제를 위해 힘쓰고 있는 모습이 유권자들에 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재성 unicho114@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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