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일 공청회서 수정안 공개…내년 공시가에 적용
‘90%’ 목표치, 달성기간 연장 가능성…”균형성 제고 초점 맞춰야”
아파트는 오르고 빌라는 하락할 수도…지역·유형·가격별 편차 클 듯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조사·산정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가 오는 20일 공청회를 열고 공시가격을 시세의 얼마까지 높일 것인지 목표치를 담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로드맵 수정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집값 변동이 지역별·유형별로 큰 편차를 보인 가운데 지난해보다 매매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새로 바뀌는 현실화율에 따라 공시가격이 크게 출렁거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토지보상 등 67가지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중요 지표다. 현재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감면안이 국회에서 표류 중인 가운데 공시가격 변동이 내년도 보유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의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형에 따라 최장 2035년(아파트는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 올리기로 한 현실화율 제고 계획이 지나치게 가파른 공시가격 상승과 과도한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지면서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집값 하락으로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도 현실화율 개선에 힘을 실었다. 지난 2020년 개정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중장기 로드맵을 법정계획으로 정하고, 3년마다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작년 11월 초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을 거쳐 발표된 로드맵 수정안의 초안은 집값 하락 등을 고려해 현실화 계획을 1년 유예(동결)하되, 현실화율 목표치를 90%에서 80%로 10%포인트 낮추고, 목표연도도 2040년까지 늘리는 방안이 유력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최종적으로 2년간 급증한 보유세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올해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선택하는 반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수정안을 올해 안에 새로 마련해 내년도 공시가격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 최종 수정안이 이달 중 발표된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돌리면서 아파트는 당초 올해 목표치 72.7%에서 69.0%로, 단독주택은 60.4%에서 53.6%로, 토지는 74.7%에서 63.5%로 각각 현실화율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말 시세가 10억원인 아파트라면 올해 1월 1일자 기준 공시가격은 당초 72.7%의 현실화율을 적용해 7억2천700만원으로 산정해야 하지만, 69%만 적용해 6억9천만원으로 하는 것이다. 이 조치로 이미 지난해 71.5%, 71.6%였던 아파트와 토지의 현실화율은 올해 다시 7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정부는 오는 20일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마련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친 뒤 이달 말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9일 “현실화율 로드맵 수정안은 아직 여러 안을 놓고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달 말 개편안을 확정해 내년 공시가격부터는 새로운 로드맵을 적용하는 것이 정부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크게 하락했던 집값이 올해 다시 상승 전환하면서 내년 공시가격도 오르는 곳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역별, 유형별로 공시가격 상승률 차이가 예년에 비해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파트값은 지난해 하락분을 상당 부분 회복하며 오른 곳이 많은 반면, 전세사기 여파로 수요가 감소한 빌라(연립·다세대)나 단독주택은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거나 오히려 하락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파트는 올해 매매가격이 상승 전환하면서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오르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말까지 가격 동향을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5.13%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서 전국 아파트값은 9월까지 누적 4.98% 하락했지만, 실제 거래가격만 비교하는 실거래가지수는 오른 것이다. 공시가격은 매물 등 시세와 실거래 가격이 주요 산정 지표가 되는 만큼 표본조사에 의존하는 주간·월간 동향보다는 실거래가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다만 공시가격이 올라도 지역별 격차는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는 8월까지 실거래가지수 누적 상승률이 12.4%로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7.61% 떨어졌지만, 내년에는 상승 전환이 확실한 상황이다.
연초 공시가격이 각각 22%, 24% 이상 급락했던 경기도와 인천시도 올해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8월까지 7.19%, 4.41% 올라 공시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방은 8월 현재까지 누적 실거래가지수 상승률이 1.70%에 그친다.
세종시는 11.18% 오른 반면, 전북은 0.79% 하락했고, 전남(0.71%)과 충남(0.22%) 등의 상승 폭은 1%에도 못미치는 등 격차가 벌어진다. 또 저가보다는 고가 아파트 위주로 상승세가 두드러져 강남권과 비강남권 사이의 공시가격 상승률 격차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별 차이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같은 공동주택이지만 올해 전세사기 후폭풍으로 매매·전세 거래가 급감한 연립·다세대 주택은 8월까지 전국 실거래가지수 상승률이 1.37%에 그친다. 심지어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서울지역의 연립·다세대는 8월까지 누적 실거래가지수 상승률이 1.69%로 아파트 상승률의 9분의 1 수준이다.
감정평가법인의 한 관계자는 “올해 집값 변동 폭이 미미한 곳은 내년 새로 바뀔 현실화율에 따라 공시가격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며 “현실화율에 따라 공시가격 변동률이 집값 변동률을 넘어서거나 반대로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현실화율 수정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작년처럼 일회성 땜질 처방이 나오지 않으려면 중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로드맵 설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이 오른 곳이 많은 데다, 내년 총선도 앞두고 있어 당장 현실화율을 급격하게 올리진 못할 것으로 본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번 집값 하락으로 나타난 집값-공시가격 역전현상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90%인 현실화율 목표치를 80% 이하로 낮추고, 급격한 세 부담 증가가 없도록 목표 달성 기간도 2040년 이후로 늦추는 안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공시가격을 연도별 현실화율 목표치에 맞추다 보면 실제 집값 상승 이상으로 공시가격이 뛰어 세 부담이 급증하는 문제가 있어 상승 폭을 완만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 로드맵 개편의 핵심은 현실화율 제고보다는 ‘균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주택 등 지역별·유형별·가격대별로 벌어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공평하게 맞추는 것이 로드맵 개편안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3년 전 현실화율 로드맵을 만들 당시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이 균형성·형평성이었다.
그러나 저가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고가(15억원 초과)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2025년까지, 저가(9억원 미만)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각각 목표치의 90%에 도달하도록 차등 적용해 동일 유형에서도 가격대별 현실화율 격차가 크게 벌어진 바 있다.
지난해 기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71.5%일 때 단독주택은 58.1%였다. 또 같은 공동주택 내에서도 시세 15억원 이상은 현실화율이 81.2%에 달한 반면, 9억원 미만은 69.4%로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시장 전체로 볼 때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할 것이냐, 80%로 할 것이냐는 크게 중요치 않다”며 “다주택자나 고가 부동산에 대한 중과 문제는 세율로 조정하면 되고, 공시가격은 기울어진 균형성을 맞춰 누구나 같은 가격의 부동산을 소유하면 동일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형평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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