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4개월만…”업무·개인 신상 복합 작용, 괴롭힘 정황 발견못해”
동료 교사·학부모 등 68명 조사…교원단체 “재수사하고 순직 인정해야”
경찰이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24)씨 사건과 관련해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송원영 서울 서초경찰서장은 14일 브리핑에서 “고인의 동료 교사와 친구, 학부모 등에 대한 조사 등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에서 범죄 혐의점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송 서장은 “경찰 조사 내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심리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볼 때 고인은 작년 부임 이후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겪어오던 중 올해 반 아이들 지도, 학부모 등 학교 업무 관련 문제와 개인 신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심리 부검 결과는 “학급 아이들 지도 문제와 아이들 간 발생한 사건, 학부모 중재, 나이스 등 학교 업무 관련 스트레스와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해 심리적 취약성이 극대화돼 극단 선택에 이른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송 서장은 “일부에서 사망 동기로 제기된 학부모의 지속적 괴롭힘이나 폭언·폭행, 협박 등과 같은 행위가 있었는지도 면밀히 조사했으나 그와 같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이초 1학년 담임 교사였던 A씨는 지난 7월 18일 오전 10시 50분께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고인이 학부모의 민원에 고통을 호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특히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은 이른바 ‘연필 사건’ 이후 학부모들이 A씨 개인 전화번호로 여러 차례 연락하는 등 괴롭혔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고인과 학부모들 간 하이톡(업무용 메신저)과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 업무용 PC와 노트, 일기장 등을 분석하고 학부모들로부터 제출받은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 (연필 사건)학부모 중재 시 참석했던 교사와 친구 등을 폭넓게 조사했으나 폭언 등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학부모가 A씨 개인 전화번호로 계속해서 연락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학부모들이 A씨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건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학부모가 고인에게 일반 전화로 건 것을 고인이 개인 전화로 착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1개의 휴대전화에 업무용과 개인용 전화번호를 각각 부여받아 사용했는데 학부모가 교내 유선전화로 건 전화를 고인이 착신 전환된 개인번호로 착각했다는 설명이다.
고인의 휴대전화는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포렌식을 진행하지 못했다. 다만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은 휴대전화와 연동된 아이패드를 통해 확인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서초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한 20명 규모의 TF를 구성하고 고인의 유족과 동료 교사, 친구, 학부모 등 총 68명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또 법의학자와 의사, 변호사 등 외부 위원이 참여한 ‘변사사건 심의위원회’도 열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필 사건’ 학부모가 누리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총 40건을 확인해 13명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 중 다른 경찰서 관내 주소지를 둔 10명에 대해서는 사건을 이첩하고 인적 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25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의 사망 이후 토요일마다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에 교권 보호 대책 마련 촉구해왔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 보호 4법’도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했다.
A씨 유족은 고인이 학교 업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지난 8월 교육청에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유족을 대리해 순직 인정 절차를 진행 중인 문유진 변호사는 “순직 인정마저 되지 않는다면 고인의 억울함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순직 인정을 위해 수사 자료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교원단체는 이날 일제히 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숨진 교사의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경찰은 수사 초기 고인의 죽음을 개인적 사유로 몰아 언론 보도에 혼선을 끼치고 유족의 알 권리를 차단했으며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수사 당국은 재수사해야 하고 수사 결과와 별개로 교육 당국은 고인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우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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