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지식·언어 능력 등 검증…육아서비스는 제공 안 해
엔데믹 이후 수요 증가…프라이버시 지켜줘서 평가 높아
쿠라시는 일본어로 ‘일상’, 니티는 필리핀 현지어인 타갈로그어로 ‘웃음’이다. ‘쿠라시니티’는 일상에 웃음을 주는 서비스와 외국인 가사근로자 서비스에 일본의 인재파견업체 파소나가 붙인 이름이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후미코 다무라 파소나 쿠라시니티부장은 “일본에서도 30대 여성 노동자 고용률이 낮아지는 M커브 현상이 나타난다”며 “여성을 노동시장에 재진입시킬 때 문제 되는 것 중 하나가 집안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력 도입에 까다로운 일본 정부가 가사근로자 부문에서만큼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 취업하려는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은 일정 수준까지 기술 연수를 먼저 받아야 한다.
파소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17년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업체를 선발하는 데까지만 개입한다. 내국인 가사서비스를 3년 이상 제공하고, 범죄 이력이 없어야 사업허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사업허가를 받은 업체는 6곳이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1년 이상 일한 경력을 보유해야 하며 가사서비스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지녀야 한다. 어느 정도 일본어를 구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국적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다양하지만, 필리핀이 가장 많다. 필리핀 출신이 가장 많은 이유는 현지에서 수준 높은 자격증 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인 가사서비스를 전국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쿄, 오사카, 교토, 가나가와, 효고, 아이치 등 특별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 가사서비스 직무도 요리·세탁·청소 등 가사로 제한돼 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육아를 대신해주진 않는다. 이는 일본에서 가사서비스 제공업체와 육아서비스 제공업체가 구분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료(寮·기숙사)에 머무르면서 출퇴근한다. 외국인근로자 월급에서 공제되는 기숙사·수도·광열비를 합하면 내국인 가사근로자와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받는 급여는 비슷한 수준이다.
가사서비스 이용료는 국적과 무관하게 시간당 4천290엔(약 3만7천500원)이며, 주요 소비자층은 부유층이다.
후미코 부장은 “필리핀 출신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크다”며 “올해 이용료를 1천엔 인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이 같은데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이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본인을 쓰면 (프라이버시에) 흥미를 갖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인은 그런 일이 일체 없다”고 답했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올해 말을 목표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100명을 서울에 시범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은 외국인근로자에게 가사·육아서비스를 한꺼번에 맡길 예정인데, 송출국 중에는 이를 제공하는 국가가 별로 없어 협의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내국인 근로자처럼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9천860원·월급(월 209시간 노동 기준) 206만740원이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받아 국내로 들어온다.
가사·육아에 대한 경력과 지식이 있고 한국어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 정신질환자, 마약류 중독자,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은 선발되지 않는다.
외국인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는 홈스토리생활(70명)과 휴브리스(30명)가 선정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인 가사·육아도우미 취업자는 2019년 15만6천명에서 작년 11만4천명으로 26.9% 감소했다. 남은 종사자 가운데 92.3%가 50대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감소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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