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표 단속-사우디 지지하는 나라 설득 ‘양대전략
정부·재계·부산시 ‘원팀’ “가능한 모든 나라 만날 것”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 투표를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정부와 재계, 부산시 등 ‘코리아 원 팀(Korea One Team)’이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마지막까지 분초를 다투는 총력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최종 PT 연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오전에 르 그랑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부산(엑스포)은 앞으로 국제사회가 서로 지속 가능하게 모든 나라가 잘 살도록 하는 스타팅 포인트(starting point, 시작점)”이라며 “부산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It’s not the destination)”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 등 정부 인사들도 엑스포 개최지 선정의 향방을 가를 핵심 표밭 국가를 대상으로 최종 교섭을 펼쳤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지지하는 나라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공고히 단속하고,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하는 나라 중 한국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을 강하게 설득해 표를 당겨오는 양대 전략에 남은 이틀간 주력하고 있다.
현재 시점까지 어느 나라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 국가는 매우 소수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막판 판세는 혼돈 양상이지만, 마지막 투표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하면 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경호 부산엑스포 유치지원단장은 현지 오후 브리핑에서 “지난해 유치위원회를 출범할 당시만 해도 크게 열세였지만 현재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며 “투표 직전 최종 PT에서 마지막 표심을 자극할 메시지와 스토리를 진중하게 전개해 우리의 진정성이 꼭 득표로 이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리 측이 접촉하고 있는 국가 수와 이름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유치 교섭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치 경쟁이 워낙 치열한 탓에, 경쟁국에 우리 측 동향이 알려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성근 총리비서실장은 “물론 경쟁국들과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워낙 강하게 교섭전을 하고 있어 정보가 나가 우리 표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사례도 확인됐다”며 “우리 정부는 단 한 표라도 더 모으기 위해 가능한 모든 국가와 마주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측에서 한국을 지지하는 나라가 어디인지 정보를 입수해 해당 국가를 강하게 압박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자국을 지지하는 나라들을 상대로 파리 주재 대사가 투표시 표가 이탈하는 ‘배달사고’가 날 것을 우려해 해당 국가의 장차관급 관료를 투표자로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경쟁국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일부 국가에 대해 본국 관료를 파견해 투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정보를 확보해 한표라도 갖고 오기 위해 사우디 못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대로 활동을 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28일 투표에는 182개 회원국 중 179개∼180개국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회원국 중 각국이 내야 하는 분담금을 내지 못해 투표권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1차 투표에서 참여국 중 3분의 2 이상 득표하는 도시가 나오면 곧바로 개최지로 결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정부는 1차 투표에서 일단 로마를 누른 뒤, 사우디와 결선 투표를 벌여 유럽 국가 표를 흡수하면 역전 승산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1차에서 다득표 국가가 결선에서도 승리했던 그간의 전례를 보면 결선에서 우리나라가 사우디를 이기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1차에서 사우디에 뒤지더라도 최대한 표 차이를 줄여 결선으로 가면 “뒤집어 볼 수도 있다”는 게 다수 유치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본이 사우디 지지를 유력 검토하다 최근 한국을 지지하기로 굳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그만큼 막판으로 갈 수록 부산의 추격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난 23일부터 파리 현지에 체류 중인 주요 그룹 인사들도 최종 투표 때까지 함께 뛰며 힘을 보태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투표 당일까지 파리에 머무르며, 다른 주요 기업들도 대표급 인사들이 남아 마지막까지 유치 활동 중이다.
재계는 상대국의 경제 협력 수요를 파고드는 전략으로 BIE 회원국들의 마음을 당기고 있다. 한국과 협력 수요가 있는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만나 부산 엑스포를 통해 한국과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가자고 설득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SK,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은 파리 주요 장소에 부산 엑스포 홍보 광고를 띄우고 응원 버스를 운행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시 범시민유치위원회는 노트르담 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센강 인근 등에서 한복 체험 행사와 청사초롱 불 밝히기 행사를 진행하며 부산의 매력을 알리는 막바지 홍보를 했다.
한 총리는 “역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유치전인 만큼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뛰겠다”며 “한국 대표단 모두는 국민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드리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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