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대법원 “관련법, 주민생명권과 건강 등 기본권 침해” 판결
한달 넘게 계약 반대 시위 벌인 주민 “환영”…국제 소송전 가능성
한국 업체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파나마 구리광산 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파나마 정부와 체결한 계약법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다.
파나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0월 20일에 발효된 정부와 미네라 파나마(Minera Panama) 간 광업권 계약 승인법령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미네라 파나마 지분은 캐나다 업체인 퍼스트퀀텀미네랄(FQM)에서 90%, 한국광해광업공단에서 1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마리아 에우헤니아 로페스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대법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법관 9명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파나마 대법원은 해당 법률이 “생명권과 건강,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거주할 권리 등 지역 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민간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주민의 기본권보다) 앞설 수 없다”고 적시했다.
또 계약 과정에서 검토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2011년에 작성된 것인데, 이는 최근의 상황을 반영할 수 없는 만큼 정보 접근권을 위반한 행위라고 대법원은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비슷한 사유로 과거에 유사한 법령에 대해 위헌 결정을 받았음에도 문제점을 고치지 않은 채 다시 계약한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파나마 정부는 도노소에 있는 130㎢(1만3천㏊) 규모 구리 광산(코브레파나마)에 대한 탐사·채굴 및 광물 정제·판매·홍보 권한을 갱신하는 계약 승인법안을 지난 달 16일 국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같은 달 20일 통과됐고, 곧바로 라우렌티나 코르티소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됐다. 법적 절차가 닷새 만에 끝난 것이다.
이 법은 이미 도노소 구리 광산에서 조업 중이던 미네라 파나마에 광산 개발 등 권한을 2021년 12월 22일부터 20년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이후 20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옵션도 담겼다.
코브레파나마는 매장량 21억4천300만t에 달하는 파나마 최대이자 세계 10위권 구리 광산이다.
지난 달 말부터 한 달 넘게 격한 반대 시위를 벌인 지역 주민과 환경 운동가, 교사, 학생, 건설 노동자 등은 대법 판결에 즉각 환영했다고 현지 일간지인 라프렌사는 전했다.
이들은 그동안 “계약 조건이 외국 업체 측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부패한 정부 관료가 계약에 관여했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해왔다.
그간 환경운동에 큰 관심을 보여온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지난 18일 파나마 시위대를 지지하는 동영상을 공유한 바 있다.
이번 판결로 도로 점거와 기물 파손, 시위대를 향한 총격 사건 등으로 이어지며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의 경찰이 다치는 등 악화일로에 있던 사회적 혼란은 일단 가라앉을 전망이다.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캐나다 업체 측에서 국제 소송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FQM에 있어 이번 판결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광산 계약 취소에 대한 중재 절차를 제기한 뒤 자산 매각 방식으로 철수한 10여년 전의 경험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FQM은 파나마 구리 광산에 지난 10년간 약 100억 달러(12조 9,500억원)를 투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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