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이후…이준석과 회동
회견없이 페이스북 “사퇴”
지난 11일 오후부터 당무에서 손을 놓고 국회에도 나오지 않았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5시경 페이스북에 당대표 사퇴의 글을 올렸다.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입장을 밝히거나 대국민 기자회견을 할 것이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두 사람의 회동은 이준석 전 대표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유튜브 방송에서 밝히며 공개됐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가 만남을 공개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저도 동의했다”며, “원래 제 거취에 대해 얘기하려고 만나기로 예정된 것인데, 어쩌다 보니 김 대표 거취 얘기를 더 하게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주 국민의힘 중진 의원 2명이 “김 대표를 만나서 통합을 논의해달라”고 이 전 대표에게 요청해 이뤄졌고, 김 대표의 거취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만나는 것이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패배 후 꾸려진 ‘2기 김기현 지도부’에 대해 “2주를 못 갈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회동 제안을 받은 무렵부터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좋아하는 당 의원으로 김 대표와 주호영·김도읍 의원을 꼽았고, 지난 12일 김 대표 사퇴 여론이 일 때는 “용산에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김기현 대표에게 린치하는 당신들은 정말 싸가지가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유튜브에서도 김 대표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저와 김 대표가 대표·원내대표로 있을 때 저희는 승리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처음 승리해본 조합”이라고 했다. 그는 김 대표의 거취에 대해선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시간을 가지시라고 했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이날 김 대표가 이 전 대표와 거취 문제와 정국 해법을 논의하자, “김 대표의 거취 입장 표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 대표의 거취 표명이 늦어지자 “당 대표직 사퇴 요구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사퇴를 선택했다.
이날 김 대표의 ‘페북 사퇴’ 이후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은 국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사무총장, 유 정책위의장 등 임명직 당직자는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주요 법안 처리 등 당무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때까지 유임을 결정했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국민의힘이 혁신에 나서면서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 명분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대표는 이 전 대표와의 회동에 여러 해석이 나오자 페이스북에 별도의 글을 올려 “오늘 오전 이 전 대표와 만나 신당 창당과 관련해 당내 여러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며 “내가 이준석 신당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낭설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신당 창당을 만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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