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용 악법” 표결 반대
대통령실 “즉각 거부권 행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이 167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야당이 대통령의 가족을 수사하는 내용의 ‘김건희 특검법’을 일방 처리하자 대통령실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재석 의원 18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도 재석 의원 181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투표를 거부하고 퇴장했지만 권은희 의원이 자리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쌍특검법’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후 국회법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 180일, 본회의 60일 등 숙려 기간 240일이 경과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됐다.
대통령의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특검법을 두고 여야의 주장은 첨예하게 부딪쳤다. 통상 국회는 사법권을 발동하는 특검법의 경우 여야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해 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고하자 민주당은 “대통령이 가족과 관련된 특검이나 수사를 거부한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없이 특검법을 처리한 전례가 없다”고 맞받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측근 비리와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13년 11월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수사권은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 다수당의 횡포로부터도 보호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연말부터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른바 타임라인에 맞춰 쌍특검법을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가족 방탄’으로 비난하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때도 내년 1월 말 특별검사를 임명해 2월 중순쯤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총선 내내 수사 상황을 중계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민주당과 정의당만 특검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50억 클럽 특검법’은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만 특검 추천권을 가진다. 실제 특검이 가동되면 총선까지 정국 이슈몰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특검법 정국을 여당 분열의 기회로 삼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재의결할 시점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에 나설 경우, 공천 탈락자가 재의결 시 반대표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표결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이에 대통령실은 이도운 홍보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 통과 10분 만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재의결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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