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추경에 부정적 입장…민생 지원에 초점 맞춰야
기재부, 과거 전국민재난지원금 두고 정치권과 대립각
여야 합의 전제시 현실화 가능성… 영수회담 성사 주목
4·10 총선에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현실화될 지 주목된다. 야권을 중심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등을 위한 재정 확대 요구가 거세질 수 있어 핵심쟁점화가 될 전망이다.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나라빚이 1126조원으로 불고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선 만큼 건전재정 기조와 배치되는 공약을 위해 추경안을 짜는 것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22대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인당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씩 가구당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약했다. 지역 화폐를 지원금으로 활용해 가계 부담을 덜고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였다.
민주당은 자체 추계를 통해 민생회복지원금 지원을 위해서는 13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재원은 지출 재조정과 추경 편성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에 확장 재정 요구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와 함께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만큼 민생 안정을 위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고 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 에너지 비용지원, 저금리 대환대출 확대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요구에 기재부는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됐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만큼 정치적 판단보다 행정부의 역할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어서다. 건전재정 기조 하에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의 쓰임을 강조해 온 기재부로서는 당장 추경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코로나19 전국민재난지원 추경을 논의할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여당인 민주당의 추경 증액 요구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적극적 재정투입을 두고 정부와 각을 세운 바 있다.
이번에도 흐름은 비슷하다. 최상목 장관은 추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는 “추경은 경기 침체에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지금은 경기 침체 대응보다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재정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근원 물가는 안정적”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3% 수준이지만 일부 품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확대할 것은 확대하고 모니터링하면서 대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생각”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민주당의 추경 요구에 대해 기재부가 제동을 걸 수는 있지만 180석을 보유한 범 야권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은 고민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를 비롯해 부동산 규제 완화, 투자 활성화 대책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왔던 감세·규제완화 정책이 야당과 충돌하면 ‘올 스톱’될 수 있다. 나아가 국정 과제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생회복지원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최 부총리가 반대 입장을 내놓은 만큼 여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추경에 대한 여야 정책위의장 합의를 전제로 당정 협의에서 예산 편성을 시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야 합의에 따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현실화된다면 선거 기간동안 민주당이 약속했던 다수의 선심성 공약 관련 예상이 청구서가 돼 날아올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국가채무가 1100조원대를 넘어섰고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초과한 상황에서 추경을 실시하면 정부는 올해도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행정부의 수장과 거대 야당 대표가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면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높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민주당의 추경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여야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추경 등 재정집행 권한이 있는 기재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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