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술지 지원 신청 시 온라인 플랫폼 기탁 조건 신설
온라인 형식 맞추려면 추가 부담…저작권 계약분쟁 우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올해부터 발간 지원을 받는 국내 학술지를 과총 자체 온라인 오픈액세스 플랫폼에 기탁할 것을 의무화하자 학회들이 “협의 없는 일방적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게재를 위한 표준화를 의무화했지만, 추가 비용을 제공하지 않는 데다 학회가 기존 학술 민간 단체와 맺은 논문 제공 계약도 파기해야 하는 조항이라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총은 “온라인 전환을 통해 국내 학술지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이라며 맞서고 있다.
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총은 지난달 16일 올해 학술활동지원사업 신청을 안내하며 국내 학술지 지원사업의 경우 과총의 학술연구성과 온라인 플랫폼인 ‘사이언스 센트럴(Science Central)’에 의무적으로 학술지 XML(다목적 마크업 언어)전문을 기탁하도록 했다.
이 사업은 국내 학회들의 학술지 발간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올해는 227곳에 단체당 최대 2천만원, 총 19억8천700만원을 지원한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사업비가 지난해보다 20%가량 감액된 가운데, 과총은 올해는 학술지 오프라인 발간을 지양하겠다며 사업에 선정되면 지원 금액의 30% 한도 내에서만 오프라인 발행 경비를 지원하고, 사이언스센트럴 기탁도 의무화한다는 추가 조항을 걸었다.
이에 학회들은 과총이 별다른 협의나 알림 없이 갑자기 조항들을 내세웠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학술지를 온라인 표준 서식인 XML로 전환하는 것은 전문 업체에 맡겨야 해 편당 비용이 발생하고, 이럴 경우 평균 1천만원인 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전환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학회들의 반발 이유다.
과총 회원단체인 한 학회 관계자는 “한 건당 10만원씩 해도 500편을 내면 5천만원”이라며 “그렇게 투자해서 전 세계에서 검색이 다 쉽게 되거나 하면 모르겠지만 과총 플랫폼에 올리면 그런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덧붙여 “사전에 학회들과 협의 과정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XML화를 하려 한다면 근본 취지나 그런 것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학회들은 기존 민간 학술지 발간기업들과 이미 저작권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형태의 과총 플랫폼에 논문을 발간하면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민간 학술지 발간기업들도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회 관계자는 “이전에는 학술 진흥 목적으로 학회의 자유로운 목적에 맞게 발행을 지원해줬는데 지금은 둘 중 하나로 선택을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정부 주도로 만든 플랫폼을 키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과총은 XML화 비용이 학회들이 감당 못 할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과총 관계자는 “대행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논문 한 편의 XML변환이 평균 6만원선이고, 지난해 지원한 학회들의 연평균 국내 학술지 발행 논문 편수가 68편 정도”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학회당 평균 400만 원 가량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과총 관계자는 “온라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보니 인쇄비를 줄이는 것”이라며 “또 국내 학술지가 침체해 있는데 온라인으로 전환하면 인용 지수도 높아지고 학술지도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최근 과총이 우주 분야 행사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일부 정책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작 회원단체의 학술활동 진흥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놓치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과총은 올해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 입주한 과기단체들에게 받는 임대료도 대폭 늘리면서 과기단체들의 불만도 커진 상황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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