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죄 대상, ‘적국’에서 ‘외국’으로…21대 국회 폐기, 22대 결실
법사소위, ‘아동학대 살해 미수범 처벌강화’ 특례법 개정안 의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13일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간첩법(형법 제98조)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으로 규정하는데, 개정안은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간첩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간첩행위를 외국과 범죄를 목적으로 오간 의사소통 등 ‘의사 연락’하며 정보를 탐지하고 수집, 누설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기존 간첩죄는 적용 범위가 ‘적국’에 한정돼 있어 북한을 제외한 중국 등 외국에 대한 간첩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중국 국적인이 우리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산업 스파이 혐의가 있다고 해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었다. 이에 22대 국회 들어 여야 의원들은 이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19건 발의했다. 냉전체제 종식 이후 국제정세 변화로 과거와 달리 적국 개념이 모호해졌다는 점도 고려된 것이다.
특히, 군 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우리 군 정보요원의 신상정보 등 군사 기밀을 중국인에 유출한 사건이 드러난 7월 말 이후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법원 판례상 적국인 북한이 아닌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 등의 간첩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산업스파이 활동에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다.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소위는 외국인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유·관리·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아동학대살해죄에 미수범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응급조치 도입에 필요한 근거 규정 등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소위를 통과했다.
<© I T 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