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차·법인카드 사적 사용…과일·샌드위치·세탁 대금 예산 유용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허훈)는 19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음식 등을 제공한 전직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와 당시 이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공무원 정모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원지법이 지난 14일 이 대표의 부인 김씨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한 지 닷새 만이다. 이 대표는 이로써 지난 15일 1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선거법, 25일 1심 선고인 위증교사, 1심 재판 중인 대장동·백현동 등 배임·뇌물, 쌍방울 대북송금 제3자 뇌물 사건에 이어 5번째 재판을 받게 됐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법인카드 등 경기도 예산으로 샌드위치, 과일 등을 구입하고 세탁비 등으로 지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 기간 총 1억653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봤다. 배씨의 배임액은 1억3739만원, 비서실장 정씨는 8843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의 배우자 김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검찰은 이 대표 부부가 경기도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범행에 경기도 비서실과 의전팀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고 봤다. 그 중심엔 이른바 ‘사모님팀’이 있었다. 이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 캠프에서부터 김씨를 수행했던 배씨를 경기도 5급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해 공무원들로 구성된 ‘사모님팀’의 팀장 역할을 부여했다. ‘사모님팀’은 배씨 주도로 공무와 무관한 이 대표 부부의 식사와 과일, 샌드위치 등 음식을 구입해 제공하고 개인 의류 등을 세탁했다.
경기도 관용차도 김씨의 사적 수행에 사용됐다. 경기도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취임하자 의전용으로 제네시스 G80 차량을 6540만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이 차량은 이 대표 자택 주차장에 아파트 스티커까지 부착된 상태로 상시 주차돼 사실상 김씨의 전용 차량으로 사용됐다. 경기도는 이 대표 자택 인근 행정복지센터를 이 차량 차고지로 지정해 경기도에 반납할 필요가 없도록 조치했다. 비서실은 이 차량을 계속 배차 신청해 다른 부서가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모님팀은 차량을 공적 용도로 운행하는 것처럼 운행일지를 허위로 작성하고, 주유비와 세차비, 과태료 등도 모두 경기도 예산으로 지출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관용차 사적 유용으로 최소 6016만원 상당의 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기도 법인카드 역시 이 대표 부부를 위해 사용됐다. 사모님팀은 이 대표 부부의 요구에 따라 경기도 법인카드로 소고기, 초밥, 복요리 등을 75차례(약 889만원)에 걸쳐 구입·배달했다. 여기엔 배씨가 김씨의 사적 모임을 수행하면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대금을 결제한 사례도 포함됐다. 김씨 1심 재판부도 “배씨가 2021년 5월부터 8월까지 6차례에 걸쳐 김씨와 공모해 김씨의 오찬모임 식사대금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판시했었다.
사모님팀은 배씨의 지시에 따라 과일(2791만원 상당)과 샌드위치(685만원 상당) 등을 이 대표 자택과 경기지사 관사에 전달했다. 이 대표 집안 제사에 사용할 과일 등 물품도 모두 경기도 예산으로 샀다. 이 대표 부부의 세탁 비용(270만원 상당)도 경기도 예산에서 집행됐다.
지방자치단체는 법인카드로 음식물 등 대금을 결제할 경우 별도 지출결의를 거쳐야 예산집행이 가능하다. 이에 당시 정 비서실장 관리 아래 의전팀이 ‘간담회’, ‘직원 격려용 구매’ 등 공적 용도로 쓴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해 경기도 예산으로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은 전 경기도청 별정직 7급 공무원이던 조명현씨가 제20대 대선 한 달 전 2022년 2월 초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같은 해 8월 김씨와 배씨를 업무상 배임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이 대표는 “관여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불송치했다. 이후 검찰이 추가 수사해 배씨와 김씨를 우선 기소한 데 이어 최초 폭로 후 2년 9개월 만에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긴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은 공무원들이 다수 동원돼 조직적으로 예산을 유용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대표는 지난 14일 김씨의 선고 전날 페이스북에서 “(김씨가)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음식물값에 더해 용돈도 주었고,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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