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광주, 야만적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깊이 사과
우리의 오월은 희망의 시작, 통합의 바탕
5월 18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는 제 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참석해 오월, 광주 민주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오늘 기념식은 옛 전남도청에서 이원 생중계로 이뤄졌으며, 옛 전남도청에서 ‘마지막 일기’ 공연을 시작으로 밴드 블랙홀과 현악 7중주, 대학연합합창단이 공연이 이어졌다.
5.18민주묘지에는 ‘그날 5.18’ 영상이 상영됐습니다. 5.18 당시 가두방송을 했던 박영순 씨가 그날, 그 시간으로 돌아가 시민들을 향해 방송을 하듯 내레이션을 이어갔습니다. 영상에는 故 안종필 씨의 어머니 이정님 씨의 애통한 인터뷰도 포함됐다.
故 안종필 씨는 1980년 5월 19일 광주의 모든 학교에 휴교조치가 내려져 일찍 귀가했다가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항쟁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안종필 씨는 27일 도청을 지키다 계엄군의 총탄에 맞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몸이 아파 끝까지 아들을 말리지 못한 것을 애통해 했다.
대통령의 오른쪽에 앉은 어머니 이정님 씨는 영상을 보며 연신 눈물을 흘리셨고, 김정숙 여사도 손에서 손수건을 내려놓지 못했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념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박영순씨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이어 故 안종필 씨의 조카 안혜진 씨가 무대로 올라가 삼촌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기념공연과 편지 낭독을 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내년이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라 그때 참석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며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이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침묵이 이어지자 참석자들은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
대통령은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고 말한 뒤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은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가 없으며,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은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고 법률적인 정리까지 마쳤다”고 강조한 뒤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의미 없는 소모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은 “우리가 해야할 일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광주 5.18에 감사하면서 더 좋은 민주주의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며 “우리의 역사가 한 페이지씩 매듭을 지어가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국민께 호소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이후 진상조사규명위원회가 출범조차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은 “국회의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진상조사규명위원회가 출범하면 정부는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와 ‘대구’의 연대와 상생협력 노력에 대해서도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은 “오늘부터 228번 시내버스가 오월의 사적지인 주남마을과 전남대병원, 옛 도청과 5.18기록관을 운행한다”며 “228번은 ‘대구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며 대구에서도 518번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은 “진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놓을 때, 용서와 포용의 자리는 커질 것”이며 “진실을 통한 화해만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임을 오늘의 광주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은 “오월은 더 이상 분노와 슬픔의 오월이 아닌 희망의 시작이자 통합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기념식을 마쳤다.
기념식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故 안종필의 어머니 이정님씨를 부축하며 추모탑을 지나 희생자들의 묘역으로 이동했으며, 묘역에 국화꽃 한송이를 헌화한 뒤 묵념하고 묘비를 어루만지며 추모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故 조사천 씨 묘역도 참배했다. 故 조사천 씨는 5월 18일 학생들이 공수부대에 구타 당하는 광경을 보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5월 21일 동구청 근처에서 시위도중 가슴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전세계로 보도됐던 사진 한 장. 희생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던 아이 사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어 故 안종필 씨의 묘역에 도착한 대통령은 “종필아 미안하다, 여태까지 한을 못 풀게 했다”라며 통곡하는 어머니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차현정 기자 help@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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