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80주년, UN총장 “파괴와 고통의 시대로 진입”
트럼프 “UN 본연의 역할 못 해… UN의 목적 의구심”

23일(현지시각) 세계 각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모여 국제사회 현안을 논의하는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했다. 강대국 간 대치와 미국의 지원 중단으로 유엔이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날 연설에서 유엔을 향해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아프리카 수단 등 국제사회 곳곳에서 무력 충돌과 인도주의적 참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회의에선 국제 사회 현안에 대한 유엔의 영향력이 계속 줄고 있는 데 따른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묻어났다.
이날 일반토의 개막 보고 연설에 나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에게는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그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잘려 나가고 있다”며 전쟁의 잔해 속에 유엔이 창립된 지 80년이 지난 지금 세계가 무모한 파괴와 끝없는 인간 고통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밝히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는 규칙이 자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국가들을 본다”며 “인간이 인간 이하로 취급받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이를 규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각국 지도자 중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선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반민주 세력들이 국가 제도를 굴복시키고 자유를 억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 사법당국이 강경 우파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관련자 제재 및 50% 관세 부과 조치를 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는 브라질 대표가 첫 번째로 연설한다. 과거 어느 나라도 첫 번째 발언을 원치 않던 상황에서 브라질이 첫 연설을 자청한 것을 계기로 이러한 관례가 만들어졌다.

뒤이어 집권 2기 출범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7개의 국제 분쟁 종식을 자신이 중재하는 동안 유엔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엔을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들 전쟁을 멈추고 수백만 명을 구하기 위해 분주했는데, 유엔은 거기에 없었다”며 “유엔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이 하는 일은 정말 강경한 어조의 편지를 보내는 것뿐인데 후속 조치는 전혀 없고, 공허한 말뿐이다. 공허한 말로는 전쟁을 해결하지 못한다. 전쟁을 해결하는 것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강대국 간 대치와 미국의 지원금 중단으로 유엔 체제가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안보리를 포함한 유엔 개혁은 국제 사회의 오랜 이슈로 남아있지만, 역시 강대국 간 이해관계 대립에 가로막혀 논의에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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