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추가로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
전략·계산적, 전 세계적 비난을 피하려 한 것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사과 표명이 전반적인 상황의 악화를 막으려는 시도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현 상태에서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스 국장은 이번 한국 공무원 사살이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지역 부대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며, 모호한 행동수칙에 대한 해석 문제가 주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이번 사건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한국의 지도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는다는 점을 알게 됐고, 이 때문에 그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스 국장은 따라서 북한은 이번 사건이 더욱 확대되지 않게 하기 위해 다소 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관점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국장도 이번 사과가 나온 배경에 주목했다.
북한은 태풍 피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주민들의 굶주림 등 내부적으로 대형 악재에 직면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남북관계의 위기라는 또 하나의 문제를 추가하길 원치 않았고, 이에 따라 사과가 나왔다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지적했다.
따라서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번 북한의 사과는 ‘전략’과 ‘계산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전직 미 당국자들은 북한이 사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적’ 측면을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전 세계적 비난을 피하려 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자신들에 대한 일종의 세계적 역풍을 원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인을 사살한 뒤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추가 조치를 취한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려했고, 이 것이 사과의 근원이 됐다고 힐 전 차관보는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과거 유감 표명을 하면서도 여전히 한국을 비난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그런 관점에서 이번 사과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명백히 공개적으로 드러났고,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감추는 건 북한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클링너 연구원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사과가 한반도 상황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스 국장은 이번 김 위원장의 사과가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한국이 미국과 자신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과 대화를 하려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의 사과나, 남북한 정상의 친서 교환 등이 북·미 대화 재개에 별다른 돌파구를 만들 것으로 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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