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 한국 유조선 유류오염 나포
이란의 동결된 자금문제 한국 추가 압박

▲ 지난4일 페르시아만에서 이란의 혁명수비대 해군이 ‘유류오염’ 문제로 한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사진을 공개한 이란 국영방송 <ITN KOREA>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현지시간 5일, 이란이 한국 국적 선박을 나포한 것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도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약화시키고 신임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에 관여하고 제재를 해제하도록 부추기기 위해 더 강경하게 나올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 대행은 이란이 한국 유조선을 억류를 통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는 비대칭적 조치들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으로 미국의 상대가 안 되지만 지속적으로 미국의 조치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왔다면서, 이번 한국 선박 억류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은 이란의 이번 움직임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춘 것인지는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두 나라가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기에 한국 유조선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기회가 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구입해야 하는 등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나선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미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을 놓고 두 나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이 한국을 추가로 압박하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란이 지난해에도 영국 선박을 상대로 똑같은 행동을 했다며, 이는 북한이 보이는 것과 비슷한 협박과 인질을 이용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이란이 미국에 2015년 체결됐던 이란 핵 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는 강한 신호를 보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란은 한국 선박 억류 뿐 아니라 농도 20% 우라늄의 생산을 재개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진퇴양난의 불행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이란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최종 합의했지만, 3년 후인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이 합의에서 탈퇴했다.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시기적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임박한 것 외에도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기습 공격에 사망한 지 1년이 된 것도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아인혼 특보는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이란 핵 합의로 복귀하는 것에 대한 미국 내 반대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이란 핵 합의로 복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쳐 왔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란의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역내 활동을 지적하며 이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이혼 특보는 새로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문제를 다루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이란이 같이 핵 합의에 돌아가는 것을 추진하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츠패트릭 전 차관보는 이번 사안이 바이든 당선인의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이란이 다시 핵 합의를 이행하도록 하고 이란에 추가적인 요구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란과 새로운 합의를 해야 할 이유를 바이든 당선인에게 안긴 셈이라고 말했다.

 

< © ITN 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