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이 즉시 발생할 정도의 구체적인 상황일 때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적용
대법원은 ‘부작위 배임’의 성립요건으로 ‘위험이 즉시 발생할 정도로 구체적인 상황이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 놓았다. 부작위배임이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적용하는 것이다.
9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도시개발사업 회사 대표로 재직했던 A씨는 경기 고양시 식사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했었다.
2011년 8월 도시개발계획이 변경되면서 일부 환지 예정지 옆으로 길이 뚫렸고, 해당 부지의 경제적 가치도 상승하게 됐다. 환지란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지주들에게 돈 대신 다른 땅으로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환지 예정지 가치가 오르면 가치 상승이 청산 절차에 반영되도록 환지 예정지에 대한 재감정과 환지계획 변경 등의 조치를 해야 함에도 A씨는 이 같은 작업을 하지 않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조합은 환지계획 변경의 필요성을 수년간 인지하지 못하다 뒤늦게 알고 2016년에 5월에야 변경인가 절차에 나섰다. 이에 검찰은 A씨를 부작위에 따른 업무상 배임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가 고의로 환지계획 변경 등의 작업을 하지 않거나 필요한 자료를 폐기·은닉하지도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와 A씨의 친인척, 지인들이 환지 예정지를 받을 당사자여서 조합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환지계획 변경 등의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부작위에 따른 배임죄를 적용하려면 위험이 구체화한 상황이어야 한다며 “환지 예정지 변경 필요성을 A씨만 알았다고 할 수 없고, 즉시 환지계획 변경을 하지 않았다고 조합 재산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원심은 부작위에 의한 업무상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김태우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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