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연구팀, 곰팡이가 장벽 통과해 뇌 침투하는 과정 밝혀
조승우·반용선 교수 연구팀이, 병원체는 차단하고 필요한 물질만 투과시키는 우리 몸속 혈뇌장벽(혈액-뇌 장벽)을 본뜬 ‘장기 칩'(organ-on-a-chip)을 설계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은 15일 밝혔다.
최근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 지름의 미세한 관 안에서 액체 흐름을 조절해 각종 시료를 처리할 수 있는 미세 유체 칩에 기반한 장기 칩이 체외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체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기존 2차원적 세포 배양 방식보다 정밀하게 인체 장기를 재현할 수 있다. 하지만 혈뇌장벽은 구조와 세포 성분이 복잡해 장기 칩 개발이 어려웠다.
혈뇌장벽은 중추신경계와 뇌를 둘러싼 선택적 투과 막으로, 혈액으로 운반되는 잠재적 위험물질이나 병원체로 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미세 유체 칩에 뇌 조직의 세포외기질(세포 밖 물질)을 모사한 하이드로젤과 배양액의 흐름을 구현했다.
이어 뇌혈관 세포와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함께 배양, 뇌혈관이 포함된 실제 인간 뇌 조직을 닮은 장기 칩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혈뇌장벽 칩을 이용해 병원성 곰팡이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Cryptococcus neoformans)의 감염 과정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호흡기로 감염되는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는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진 뒤 혈뇌장벽을 통과해 뇌수막염·뇌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곰팡이가 혈뇌장벽을 자유롭게 투과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균이 뇌를 침투하는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혈뇌장벽 칩에 곰팡이를 주입하면 균이 뇌혈관 주위에 모인 뒤 응집된 형태로 통과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이에 관여하는 유전자도 발굴했다.
연구팀이 해당 유전자를 제거한 돌연변이 곰팡이를 칩에 주입한 결과 장벽을 투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화합물 발굴, 곰팡이성 뇌수막염 치료 후보물질 개발 등 연구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에 실렸다.
김복두 itn@itn.ne.kr
< © I T 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