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어둠을 헤치고~~은하철도…

안드로메다은하태양계, 적색거성

▲안드로메다은하<I T N>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볼거리가 참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그걸 볼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서 본방사수가 목적이 아니라면 할 일 다하고도 여유 있게 내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챙겨 볼 수 있다. 한때 60%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프로그램은 이젠 전설 속의 이야기로 남아 있다.
필자의 어린 시절엔 TV말고는 볼거리가 거의 없었다. 그마저도 공중파밖에 없었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 무슨 프로그램을 하는지 다 알 수 있었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필자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프로그램은 만화영화였다. 저녁 시간에 모든 채널을 돌려가며 빠짐없이 챙겨보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몇몇 만화영화가 있지만, 그 중 단연 기억에 남는 게 바로 일요일 아침 8시에 방영했던 ‘은하철도 999’ 이다.
신기한 건 평소에 늦잠을 자더라도 일요일 아침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다들 일요일이면 늦잠자기 바쁠텐데 말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건 오프닝부터 보아야 한다.
오프닝 송을 들으면서 본방에 대한 설렘을, 본방을 보면서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경험하는 몰입감 그리고 엔딩을 보면서 더듬어 보는 본방에 대한 감동 그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 필자는 지금도 은하철도 999의 오프닝을 다 외우고 있다. 심지어는 2절까지~~

▲은하철도 999 속 우주이야기<I T N>

은하철도 999는 주인공들이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지구에서 출발한 열차는 태양계 천체를 방문한 후 먼 우주의 다양한 행성들을 방문한다. 그리고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안드로메다은하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은하와 은하 사이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텅 비어 있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고속도로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문제는 휴게소가 없는 정말 긴 고속도로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하철도가 어떤 행성을 방문했다면 그 곳은 우리은하 혹은 안드로메다은하 안에 있는 행성이어야 한다. 그래서 어릴 때 본 기억을 더듬어 은하철도의 정차역과 경로를 찾아보았다.

‘우리 열차는 지금부터 우리은하를 떠나 안드로메다은하로의 긴 여행을 시작할 예정이오니 탑승객들은 편안한 자세와 차림으로 열차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내용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조금 아쉽긴 했지만 비슷한 내용은 있었다. 메텔이 지구와 안드로메다은하 중간쯤 왔다며 지금 별과 행성의 밀도가 낮은 곳을 지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 긴 분량은 아니었지만 나름 우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드로메다은하는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이다. 어두운 곳에서는 맨 눈으로 볼 수 있어 꽤 가까운 거리에 있을 듯하지만 무려 22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220만 년이라니 감히 상상하기 힘든 거리임에 틀림없다. 놀라운 사실은 대형 은하 중에서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안드로메다은하는 오래전부터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으며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은하이기도 하다. 그래서 안드로메다은하는 은하철도 999뿐만 아니라 많은 소설에서 등장한다. 미래의 새로운 정착지로, 때로는 우리를 위협하는 외계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십여 년 전에는 지금 아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개념을 안드로메다은하에 보내기도 했다. 개념이 없는 사람들을 보고 ‘너 개념 안드로메다로 보냈냐?’라고. 한 번 떠난 개념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먼 거리에 있음을 유희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안드로메다은하<I T N>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충돌하면?
예전에 나사에 있는 천문학자들이 재미있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약 40억 년 후에 충돌할 것이며 이 충돌은 30억 년 동안 진행되어 결국 하나의 타원은하로 변신하게 될 운명이라고 한다. 우리은하의 모습이 완전히 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까? 혹시 태양계 최후의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프록시마(Proxima)로 4.3광년 떨어져 있다. 이 거리를 조금 쉽게 이해해 보면 태양의 크기를 주먹만한 크기로 줄이면 프록시마까지의 거리는 무려 2,000km나 된다. 주먹만한 태양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가장 가까운 별이 홍콩에나 있는 셈이다. 은하에는 아주 많은 별이 있는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텅 비어 있다. 그러니 두 은하가 충돌한다 하더라도 별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충돌이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밤하늘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합쳐진 은하의 밝은 핵이 지금의 은하수를 대신하게 될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일은 약 70억 년 후에 일어나게 될 일인데, 태양은 50억 년 후에 적색거성이 되어 우리를 삼킬 테니까.

▲illustration Sequence of the Milky Way<I T N>

글 : 김영진

경력 : 세종천문대 천문대장(2001), 안성천문대 천문대장(2007), 과학동아천문대 천문대장(2013)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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