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에 온 손님, 용맹한 사자의 힘…
금성을 사랑한 용맹한 혜성 레너드(Leonard comet, C2021A1)

▲레너드 혜성 / University of Hertfordshire Observatory <I T N>

2021년 1월 초에 발견된 레너드 혜성이 12월 중순 지구와 가장 가깝게 접근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온 손님이라 “크리스마스 혜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현재 밝기는 6~7등급 정도이며, 12월 중순 약 4등급 정도로 가장 밝아질 전망이다.

이 정도의 밝기는 도심에서는 쌍안경이나 망원경, 도심 외곽 어두운 곳에서는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다만 가장 밝아지는 시기인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는 지평선 아래에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하다. 이후 1월 중순까지 남서쪽 지평선 부근에서 관측이 가능하며 이 때 혜성의 밝기는 4~6등급 정도 될 전망이다.

2021년 1월 3일, 미국의 천문학자인 레너드가 발견한 이 혜성의 공식 명칭은 C/2021A1(Leonard)이다.

C는 비주기 및 200년 이상의 장주기 혜성임을, 2021A1은 2021년 1월 1일에서 15일 사이에 첫 번째로 발견된 혜성을 의미한다. 200년 이하의 단주기 혜성에는 P를 붙인다. 현재 레너드 혜성은 화성 궤도를 지나 지구로 접근중인데 초속 70km라는 놀라운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작년 최고의 혜성이었던 네오와이즈보다 더 빠른 것으로 이로 인해 레너드 혜성의 위치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레너드 혜성의 궤도는 쌍곡선으로 이번에 태양계를 방문한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즉 이번이 이 혜성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레너드 혜성의 경로 / Sky at Night <I T N>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이 혜성이 금성의 궤도를 정확히 지나간다는 점이다. 12월 18일 금성과 레너드 혜성은 400만 km 정도로 접근하고 이틀 후인 12월 20일 금성은 레너드 혜성이 지나간 자리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혜성이 남기고 간 파편들이 떨어져 있는데 이 곳을 행성이 지나가게 되면 수많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유성우를 볼 수 있다.

그럼 대형 망원경이나 정밀한 관측기구를 활용하면 금성에서 일어나는 유성우를 볼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번 한 번의 방문으로 뚜렷한 파편의 길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유성우 대부분은 위와 같은 이유로 나타난다. 주기적으로 지구에 접근하는 혜성의 길은 일정하기 때문에 자주 방문했거나 큰 혜성이라면 이런 파편을 많이 남겼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 지구가 그 길을 지나가게 되면 상당한 양의 유성을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에 개봉한 “너의 이름은”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1,200년 만에 지구에 접근한 혜성이 지구의 조석력에 의해 부서져 일부 파편이 지구로 떨어지는 모습이 나온다. 만약 레너드 혜성이 이틀 정도 늦게 지나쳤다면 비슷한 상황이 연출 됐을지도 모른다.

▲ 레너드 혜성의 경로 / Sky at Night <I T N>

글 : 김영진

경력 : 세종천문대 천문대장(2001), 안성천문대 천문대장(2007), 과학동아천문대 천문대장(2013)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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