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새벽에 펼쳐지는 우주쇼
달, 금성, 화성, 토성이 한 자리에

▲3월 28일 새벽 5시 30분(왼쪽) 3월 30일 새벽 6시(오른쪽)<I T N>

달을 매일 같은 시간에 관찰하면 모양과 위치가 달라지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 8시쯤 달을 봤다면 분명 내일 저녁 8시에는 어제보다 밝은 부분은 조금 늘었고 위치도 조금 동쪽으로 이동해 있을 것이다. 이는 지구가 자전하는 동안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한다.
행성들은 어떨까? 달과 마찬가지로 행성들도 지구가 자전하는 동안 공전을 한다. 하지만 달과 다르게 그들의 움직임은 그리 크지 않아 하루 사이에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보름 정도를 관찰하게 되면 행성들도 미세하게 움직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듯 달은 지구를, 행성들은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제각각 그들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달과 행성들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

“황도와 백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말이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가 눈치를 챘겠지만 마트에 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황도와 백도가 오늘의 주제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상관이 있다. 그것도 엄청난 관계라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황도’는 ‘태양’이 움직이는 길, ‘백도’는 달이 움직이는 길이다. 이것은 태양과 달의 색깔에서 기인한다.

지구에서 본 태양은 지구 대기로 인해 흰색으로 보이지만 우주에서 본 태양은 노란색으로 보인다.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황도로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태양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억울할 수 있겠다. 태양이 아닌 지구가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양이 움직인다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눈엔 분명히 태양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의 오랜 경험은 아침에 태양이 나타났다가 아니라 뜬다고 표현한다. 17세기 유럽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닌 태양을 공전하는 하나의 외딴 행성임이 밝혀졌지만, 우리의 작은 꼰대 정신은 여전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여긴다.

달은 어떨까? 맑은 날 달빛은 눈부시도록 희게 보인다. 달이 움직이는 길을 백도라고 표현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달빛이 희지 않다면 그날의 대기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는 걸 의미하고 누렇다 못해 붉은빛이 느껴진다면 그날은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 대기상태가 극도로 나쁜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해와 달이 같은 길을 간다면, 즉 황도와 백도가 일치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해가 보이지 않는 일식과 달이 보이지 않는 월식이 매달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따라서 황도와 백도는 같은 길이 아니다.

하지만 일식과 월식이 1년에 1~2회 정도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두 길은 1년에 1~2회 정도 만난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두 길은 서로 어긋나 있는데 그 각도가 약 5도쯤 된다. 그렇게 큰 각도라 느껴지지 않을 테지만 각 천체가 떨어져 있는 거리를 생각해 본다면 작은 각은 아니다. 보름달의 각지름이 0.5도이므로 해와 달은 최대 보름달 10개 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로의 갈 길을 간다. 하지만 전체 하늘을 고려한다면 해와 달은 거의 같은 길을 가는 셈이다.

달과 행성이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거의 같은 출발선에 있지만 자라면서 살아온 환경이나 성향 등에 따라서 모두가 다른 길을 간다. 그러다 같은 지점에서 만나기도 하고 다시 흩어지기도 한다. 자신 주변에 있는 다른 요소들의 영향력과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길을 가게 된다.

이는 뉴턴의 3가지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뉴턴의 제 1법칙은 관성의 법칙으로 물체는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현재의 운동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뉴턴의 1법칙은 자신의 의지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의 신념이나 의지는 다른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한 잘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아이는 게임을 관둘 생각이나 의지가 없다. 즉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아이는 밤새도록 게임을 할 것이다. 이때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한다(외부의 힘=엄마). 그러나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외부의 힘이 아이의 운동상태를 바꾸기에는 약하기 때문이다.

두 세 번 엄마의 외침에도 꿈쩍하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외부의 힘이 작용한다. 엄마의 등장 혹은 등짝 스매싱 정도랄까. 그 순간 아이는 게임을 그만두고 저녁을 먹으러 식탁으로 향한다. 속도나 방향이 변하는 상태를 가속도라고 하는데 뉴턴의 제 2법칙이 가속도의 법칙이다.

물체에 힘을 가하면(엄마의 등짝 스매싱) 그 물체는 힘에 비례해서 가속도(게임을 중단하고 식탁으로 향함)가 생기는 것이다. 뉴턴의 제 3법칙은 작용 반작용의 법칙인데 엄마의 힘(작용)에 비례해서 아이의 행동(반작용)이 반응한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은 뉴턴의 법칙 3가지로 흔히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럼 행성들은 어떨까? 태양과 같은 별은 성운의 회전에 의해 탄생한다. 이때 성운의 회전을 돕는 외부의 힘이 있다면 별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성운이 회전함에 따라 성운을 이루고 있는 가스와 먼지들은 한 평면에 넓게 퍼지게 된다. 원반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마치 밀가루 반죽을 돌려서 피자빵을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원반 내에 있는 가스와 먼지들은 정전기력 및 중력으로 인해 미행성으로 자라고 이들의 충돌을 통해 지금의 행성을 만든 것이다.

초창기 행성의 운동은 원반을 만든 성운에 회전력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 태양계 구성원 대부분의 공전방향이 반시계 방향인 이유가 그로 인한 것이다. 그리고 목성과 같이 덩치가 비교적 큰 행성들은 이후 이에 반하는 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래서 태양계 8개 행성은 거의 같은 면 위에서 공전하는데 이 면이 황도면과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달이 움직이는 길인 백도와 황도는 5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달과 행성은 거의 같은 길을 간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달과 행성이 만나는 이유다.

3월 28일에는 달, 금성, 화성, 토성이 한 자리에, 3월 30일에는 달과 목성의 만남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알아둘 것은 이들 천체들이 한 자리에 있다고 해서 서로 가까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우주공간은 3차원인데 비해 우리가 보는 하늘은 2차원 평면이므로 한 차원, 즉 거리 요소가 배제되어 있다. 우리 눈엔 만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행성들은 여전히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 실제 달과 토성은 약 14억 km나 떨어져 있다.

3월 28일의 달과 금성은 달의 모양이 그믐달의 형태로 달빛의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 그리고 금성은 –4.3등급으로 매우 밝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3월 28일 달과 화성은 달의 영향은 크지 않지만 화성의 밝기가 1.1등급으로 하늘의 밝기를 고려한다면 맨눈보다는 쌍안경으로 보는 게 좋다.

3월 28일 달과 토성은 토성의 밝기는 0.7등급으로 화성과 비슷하다. 그래서 맨눈보다는 쌍안경으로 보면 잘 보인다.

3월 30일의 달과 목성은 하늘의 밝기와 달의 모양을 고려해 보면 이 둘의 만남을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보기 원한다면 동쪽이 트여 있는 곳을 추천한다. 아주 트여 있는 곳이라면 새벽 5시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영진

경력 : 세종천문대 천문대장(2001), 안성천문대 천문대장(2007), 과학동아천문대 천문대장(2013)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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