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폐업 고려
1분기말 개인사업자 대출 961조원
다중채무자, 잠재부실위험 높아져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위기’에 코로나19 재확산까지 더해지며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조사’ 결과 자영업자의 70.6%는 매출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전망에는 33.0%가 폐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2금융권 대출이 무려 160조원이 불어나,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2금융권의 경우 여러 곳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들이 몰려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최근 들어 업권간 리스크 전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연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 보다 276조원이 증가한 961조원으로집계됐다.
특히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취약차주들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제2금융권 대출은 2년 6개월 만에 160조4000억원 증가해 70.7% 늘었고,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같은 기간 7만5000명에서 33만명으로 4.4배 증가했다.
2금융권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수준이 높은 신용카드사, 캐피탈사를 포함한 여전업권과 저축은행업권에서 청년층과 노년층 다중채무자 수와 채무액의 증가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부실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여전업권의 노년층 다중채무자 수와 채무액 규모는 올 4월말 기준 각각 54만6000명, 8조5000억원으로 2017년 말 대비 각각 50.9%, 83.5% 급증했다.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노년층 다중채무자 수와 채무액 규모가 각각 9만5000명, 2조1000억원으로 각각 96.6%, 78.1% 급증했다. 청년층 다중채무자 수와 채무액 규모도 50만3000명, 11조1000억원으로 각각 10.6%, 71.1% 늘었다.
이는 장기간의 저금리로 자산투자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 경기둔화 등으로 생계형 자금수요가 늘어난 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자 한계에 다다른 차주들이 더 이상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고, 2금융권 등으로 넘어와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이들 다중채무자들이 금리 상승기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계층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금융사 한 곳에서만 대출 상환이 연체되더라도, 다른 금융기관으로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하위 30% 저소득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 저신용 차주) 수가 전체 차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3월말 기준 6.3%로 전년 말 대비 0.3%포인트 상승 전환하는 등 다중채무자의 부실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실 위험은 높아지고 있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낮아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16%로 전월 말(0.2%) 대비 0.04%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이는 금융 지원 조치가 수차례 연장된 일종의 ‘착시효과’일 뿐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정상화되는 9월 이후부터 그동안 가려졌던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연장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채권 잔액은 130조원이며, 이 중 소상공인 대출은 64조원(48만명)이다.
금융당국도 9월 말 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금융위 김소영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금융산업 리스크 대응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최근 금리상승,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산업 부문에서도 잠재부실 현재화, 자금조달 여건 악화, 자산가치 하락 등의 리스크가 우려된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업권간 상호 연계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부문에 발생한 충격이 업권간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업권 간 상호거래는 지난해 9월 기준 총 3191조원으로, 비은행권간 거래가 1906조원(2013년 933조원), 은행-비은행 간 거래는 1137조원(2013년 580조원) 수준이다.
같은날 새출발기금 설명회에서 금융위 권대영 금융정책국장도 2금융권의 가파른 대출 증가를 지적했다. 그는 “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지난 2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 대출이 44% 증가했는데 2금융권은 71%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증가율의 2배가 넘게 늘어난 것인데 한 번에 부실화될 수 있는 만큼, 미리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관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금융평가본부장은 “금융업권의 표면적인 부실채권비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나타나, 코로나19 금융지원 이면에 숨겨진 잠재 부실이 우려된다”며 “특히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업종에서 신용위험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특히 급격한 금리상승, 부동산시장 정상화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일시적 유동성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유동성 지원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금융리스크센터장도 “최근 금융권 다중채무자와 이들의 1인당 채무액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잠재부실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고금리 제2금융권 다중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며 차주의 소비여력을 위축시키고 상환부담을 높이고 있는데, 감내 수준을 넘길 경우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잠재부실위험이 현재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과도하게 자산시장에 유입된 채무자금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자본 및 대손충당금 등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성 기자 unicho114@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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