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식품업계 고통분담 요구…”필요시 담합 여부 점검할 것”
식품 업계 “개별 기업에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은 월권” 등 비판 목소리↑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I T N>

정부가 추석 연휴 이후 치솟는 식품가 인상에 경고장을 날리자, 식품 업계가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식품 기업 도미노 인상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공개 경고’하며 경영 효율화를 통한 원가 절감, 인상 품목과 인상폭 최소화 등을 통해 고통 분담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식품 업계 내부에선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개별 기업에 부담을 주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품 가격 인상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 참석해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부총리는 “식품 업계의 가격 인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식품 물가 점검반을 통해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가격 안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가공 식품 업계도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을 통해 추 부총리는 식품 업계의 무분별한 가격 인상에 대해 경고했다. 이와 함께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해 소관 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동 점검을 통해 대응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통제에 나서는 것은 물론 추가적인 제재안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주요 식품 기업들의 경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은 정부 눈치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 경제라는 원칙을 무시한 채 가격 인상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개별 기업에게 가격 인상을 하지 말라는 것은 월권으로 볼 여지가 많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기업들이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담합 여부를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의 정책적 요청을 반복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올 상반기 밀가루 인상분 70% 지원 등 가파른 원자재 상승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한 뒤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책”이라며 “당분간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제품 가격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언젠가는 더 큰 폭의 판가 상승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당분간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고 추석 이후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했던 기업의 경우 정부의 가격 인상 억제 요청 이전에 결정난 사안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팔도는 10월 1일 부로 팔도비빔면 등 라면 12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오뚜기도 다음달 10일부로 진라면, 진비빔면 등 라면류의 출고가 기준 제품 가격을 평균 11.0% 올리기로 했다.

동원F&B는 다음달 1일부터 양반 브랜드의 국·탕·찌개류 제품 9종의 가격을 평균 6%가량 상향한다. 청정원 된장 등 장류 제품 가격도 내달 1월 평균 12.8% 올린다. 대상은 10월 1일부터 종가집 김치 제품의 판매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가 공개 경고한 이상 이미 인상 계획을 밝힌 기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성 기자 unicho114@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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