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설화 중심으로 상상력 더해 ‘신의 아이’ 기르는 태궁과 도깨비의 사랑 그려
무당은 신의 말을 인간에게 전하며 신을 모시는 이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무업을 물려받는 세습무도 있지만, 어느 날 신병을 앓다가 신내림을 받게 된 강습무도 적지 않다.
웹툰 ‘신의 태궁’은 바로 이렇게 어쩔 도리 없이 신을 모시게 되는 무당에 주목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제목에 등장하는 태궁은 세상의 서쪽 끝에 자리한 공간이자, 모든 ‘신의 아이'(무당)의 어머니를 부르는 이름이다.
태궁인 수영은 이곳에서 신의 아이를 낳고 기른 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의 꽃을 영혼에 넣어 인간 세상에 보내는 일을 반복한다.
신의 아이는 순식간에 자라나는 데다가 한번 인간 세상에 가면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수영은 외로움과 공허함에 몸서리친다.
태궁에 사는 밥그릇 도깨비(정인)만이 수영을 안타깝게 여기지만 도깨비라서 말을 건넬 수도, 어깨를 내어줄 수 없었다.
태궁으로 살면 윤회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도깨비는 신의 아이 자리를 뺏고 인간 세상에 내려간다. 점집과 굿판을 돌며 신의 꽃을 회수하고, 이를 모아 수영에게 다음 생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말을 전할 무당이 줄면 신의 지위가 흔들릴까 봐 인간신은 무리하게 도깨비를 공격하고, 용신은 도깨비를 그저 이용할 뿐이다.
이 작품은 대별왕과 소별왕, 웅녀, 수레악심멸망꽃, 삼신할머니, 도깨비 등 신화와 전통설화를 두루 버무려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그러면서도 저승할망과 삼신할망, 용신과 인간신의 대립 구도를 뻔한 선악 구도로 만들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신의 아이로 태어났지만 신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 이미 신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는데 돌연 신통력이 사라져 절망하는 경우 등 무당들의 다양한 사정과 고통도 조명한다.
작품에서는 소원이라는 요소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주인공 정인이 밥그릇 도깨비가 된 것도, 수영이 윤회의 고리를 끊고자 태궁이 된 것도, 전생에서 이들과 얽혔던 무녀 의패가 수영을 보살피는 어머니가 된 것도 모두 소원을 빌었기 때문이다.
제각기 욕심 때문에 상대의 소원을 무시하려 하면 공멸할 수 있지만, 상대를 위해 나의 마지막 소원을 기꺼이 쓰면 새 기회가 주어진다.
전생과 현생, 후생까지 삼생을 돌고 돈 끝에 수영과 정인, 의패가 같은 방향의 소원을 빌게 되면서 비로소 이 이야기는 결말을 맞는다.
이 작품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만화가협회의 ‘오늘의 우리 만화’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카카오웹툰을 통해 볼 수 있다.
조재성 기자 unicho114@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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