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등 우크라 전역서 2차례 사이렌
헤르손 사망 16명·부상 64명으로 갱신
러 “헤르손 포격, 우크라 무장단체 자작극”
러 “도네츠크 반격 시도 우크라군 저지”
ISW “러군, 바흐무트 진격 속도 느려져”
공습 경보에도 크리스마스 캐롤 울려
25일(현지시간) 성탄절 당일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305일째, 휴전은 없었다. 수도 키이우를 포함, 오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선 공습 경보가 울렸다. 동부 최전선 바흐무트에선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느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디언과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2차례에 걸쳐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따르면 첫 경보는 러시아 제트기가 벨라루스 영공을 날아가면서 발령됐고 기지로 돌아간 뒤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군의 즉각적인 공격 보고는 없었다. 이후 한 차례 더 공습 경보가 울렸다.
우크라이나 유리 이흐나트 공군 대변인은 오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용기들은 사실상 24시간 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군의 남부 헤르손 지역 포격 희생자는 16명으로 갱신됐다.
우크라이나 측 야로슬라우 야누셰비치 헤르손 주지사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부상했다”고 이날 밝혔다. 여기엔 베리슬라우 지역에서 지뢰 제거 작업 중 폭발로 숨진 응급구조대원 3명도 포함돼 있다.
그는 “러시아군이 71차례 포격을 가했다”면서 “시내 중심부도 41차례나 공격했다. 민간인이 사망하고 건물이 파괴되는 등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당국은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헌혈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헤르손 포격이 우크라이나군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 지역 수장은 “우크라이나 무장 조직이 헤르손에 포격을 감행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러시아에 책임을 돌리려는 역겨운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격이 도시 북쪽과 북서쪽, 즉 우크라이나 쪽에서 날아왔다면서 “우크라이나 무장단체들의 비열한 속임수”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또 이날 진격을 꾀하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막아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이고르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북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국산 M777 3대를 파괴하고 쿠피얀스크 방향에서 30명 이상을 제거했다”며 “또 도네츠크 남부 방향에서 반격을 꾀한 우크라이나군 50명 이상을 무력화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동부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최근 며칠 동안 느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측 군사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인 바그너 그룹 일부를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1일께 바흐무트 동부 외곽에서 러시아군을 완전히 밀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ISW도 지난 10월에 비해 11월~12월 러시아군이 앞으로 많이 나아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러시아군 공세가 정점을 지난 것인지 단언할 수 없으며 전술적 또는 작전상 일시 중단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쟁 중에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가디언은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에서 공습 경보가 울릴 때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원래 매년 1월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왔지만 올해부턴 12월25일에 기리기로 했다. 정교회는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종교적 명절을 지내는데, 이것은 세계 표준 달력인 그레고리력과 13일 차이가 난다. 이것은 러시아 정교회와 결별, 종교적 독립 의지를 시사한다.
조재성 기자 unicho114@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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