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김알리나, 카잔연방대서 열린 한국어 올림피아드 1등 영예
“전쟁으로 힘들지만, 한국어는 저에게 열정이고 희망이고 위로”
“지금 한국어가 없는 제 삶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한국어는 저에게 열정이고 희망이고 위로입니다.” 러시아 모스크바 남쪽에 있는 보로네시의 2번학교 8학년생 김알리나(13) 양의 외침이다.
최근 타타르스탄 카잔연방대에서 열린 러시아 교육부장관배 제14회 한국어 올림피아드에서 김 양은 이러한 내용의 발표로 1등을 차지했다.
이 올림피아드에는 러시아 전역과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중등학생과 대학생이 참가했다.
28일 김 양이 직접 쓴 발표 원고에 따르면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에 있는 스타하노프에서 러시아 아버지와 고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김 양은 “저는 한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람입니다. 집에서는 주로 러시아어를 사용했지만, 가끔 친척들에게 한국어와 우크라이나어를 들으며 자랐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을 접하고, 한국에 홀딱 반했다는 그는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기도 했다.
K-팝과 K-드라마 때문에 한국을 더 알고 싶었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한국어를 배울 곳이 없었다. 어머니가 돕고 인터넷으로 한국어를 배웠으나 온라인 공부는 재미가 없었고 한국어에 대한 그의 갈망을 채워주진 못했다.
그러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김 양은 어머니 김비올레타 씨와 함께 폭격에 폐허가 된 고향을 떠나 바로네즈로 피난했다.
“우리는 전쟁을 피해 바로네즈로 왔고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집, 학교, 친구들 모두 낯설어서 슬펐습니다. 그런데 너무 힘드니까 더 한국어가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엄마가 또 도와주셨고 친척을 통해 바로네즈 한글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김 양은 바로네즈에 피난 온 것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기적이라고 했다. 전쟁을 피해 온 도시에서 한국 선생님을 만났고, ‘한글날’과 ‘김치의 날’을 기리는 행사에 참여해 비빔밥과 김치를 맛봤던 것이다. 그는 “한국어는 어렵지만 재미있다. 한국어는 지금 내 삶의 큰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바로네즈에서 외로울 때마다 한국어와 한국 드라마, K-팝은 내 친구가 된다. 전쟁 때문에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기적의 언어 한국어 때문에 기쁘게 지낼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도와준 엄마와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자신의 ‘한국어 사랑 이야기’ 발표를 마쳤다. 김 양은 바로네즈에서 카잔까지 기차로 이틀을 달려가 올림피아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했다. 1등을 차지한 그는 상장과 함께 한국 화장품을 부상으로 받았다.
김용구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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