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점 대비 수억 깎은 감액계약 늘어
인기 없는 전세…”세입자에 가격 맞춰”
자금 여력 없는 집주인은 파는 수밖에
“급매 나올 수 있지만 대량은 아닐 것”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I T N>

최근 부동산으로부터 서울 잠실동 한 아파트의 전세입자 A씨는 집주인이 전세와 매도 모두를 염두에 두고 집을 내놨다는 연락을 받았다. 집주인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최근 같은 면적의 전세 호가가 A씨가 계약한 금액보다 2억원 낮아 갭을 메우기 힘들어 매도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갱신 계약 중 종전 계약보다 감액한 계약 비율이 13.1%까지 올랐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에서 감액 계약 비율이 23.1%로 높게 나타났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하락하면서 역전세난이 벌어진 것이 감액 계약 급증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전세보다 반전세 등 보증부월세의 인기가 더 높아졌고, 전셋값은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9.36%, 인천은 14.31%, 경기는 11.62%, 세종은 -19.79% 하락했다.

‘깡통전세’의 위험이 대두되면서 전세계약을 하려는 세입자는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잠실동 B공인 관계자는 “전세물건은 통 안 나가서 손님만 오면 가격을 맞춰준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새 세입자를 들이기 어려워지다 보니 보증금을 일정 수준 돌려주더라도 기존 세입자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게 된 것이다.

집주인이 을, 세입자가 갑이 된 형국이라는 게 일선 중개사들의 전언이다. 2020년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갱신 계약의 경우 계약기간 중이라도 세입자가 3개월 전에 통보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B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 감액된 가격으로 갱신했는데도 금액을 더 낮추지 않으면 나가겠다는 세입자들도 있어 집주인들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금리는 높아지고 집값은 빠지는데 , 전세입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영끌’한 갭투자자는 버티기 어려운 장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처럼 버티지 못하고 손절하는 급매물을 기다리고 있다는 글도 종종 포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매물이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서진형 교수는 “영끌족 중에서 이자부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매도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급매물이 나올 수는 있다”면서도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정책변화를 기대하면서 기다릴 것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급급매물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성 기자 unicho114@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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