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와 위대한 발견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인 시리우스! 그러나 그 빛으로 인해 받게 된 불길한 시선.
독보적인 밝기로 인해 외로움과 쓸쓸함을 더해 가던 어느 날, 그 빛에 가려진 존재가 시리우스의 운명을 바꾼다.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온 그 천체는 과연 무엇일까? 오늘의 이야기는 시리우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리우스의 어원과 이야기>
화려한 겨울 밤하늘 속에 유독 눈에 띠는 밝은 별 하나가 있습니다. 청백색으로 빛나는, 한 번 보면 그 아름다움에 반할 수 밖에 없는 별 시리우스죠.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다른 별들이 시기했던 것일까요? 과거 이 별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별이었습니다. 시리우스라는 이름은 ‘눈부시게 빛나게’라는 그리스어 “세이리오스”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집트 신화 속 신인 “오시리스”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죠.
고대 이집트에서 시리우스는 정말 중요한 별이었습니다. 해 뜨기 전 이 별이 떠오르면 나일강이 범람했기에 새벽에 보이면 홍수에 대비했지요. 이집트 사람들에게 시리우스는 홍수를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였다기보다는 매년 홍수를 가져다주는 불길한 존재였을 겁니다.
시리우스는 그리스에서도 반갑지 않았는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이 별은 가장 밝지만 불행의 전조이며 고통받는 인간에게 뜨거움과 열병을 가져온다.” 동양에서는 천랑성이라 불렀는데 하늘의 늑대란 뜻입니다. 시리우스의 청백색 빛이 푸르스름한 늑대의 눈빛과 닮아서라고 하지만 약탈자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동물이기에 결코 좋은 뜻이라 할 수 없겠죠.
또한 시리우스 주변에 금성과 화성이 있으면 전쟁이 일어나고 혜성이 나타나면 도적이 일어날 징조로 여겼다고 합니다. 이렇듯 아름답게 빛나는 별임에도 환영받지 못했던 시리우스 그러나 가장 밝은 별이었기에 다양한 관측이 이루어졌고 현대 천문학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별의 고유운동>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별도 사실은 움직입니다. 다만 너무 멀리 있어 그 움직임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별의 이런 움직임을 고유운동이라고 합니다. 이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에드먼드 핼리인데, 1718년 그는 아크투루스, 시리우스와 같은 별의 위치가 알마게스트와 조금 다르다는 걸 발견합니다.
이후 천문학자들은 관측을 통해 대체로 별들은 직선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래서 앞으로 움직이게 될 별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그러나 시리우스의 운동은 다른 별과 달랐어요. 직선이 아니라 꼬불꼬불한 꽈배기 모양으로 움직이고 있었죠.
이를 본 베셀은 “시리우스 근처에 어두운 천체가 있어 시리우스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때가 1844년인데 2년 후인 1846년 갈레가 해왕성을 발견합니다. 천왕성의 이상한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천체가 발견된 것이죠. 이를 통해 베셀의 주장은 더욱 힘이 실리지만 아쉽게도 이후 몇 년 간 시리우스 주변에 다른 천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리우스 동반성의 발견>
그러던 1862년 1월 31일 평소처럼 망원경 테스트를 하고 있던 앨번 클라크의 아들 그레이엄 클라크는 시리우스 옆에 있던 작은 별을 발견합니다. 처음엔 망원경 렌즈의 작은 흠으로 여기고 교정한 후 다시 관측했지만 그 작은 별은 사라지지 않았죠. 사실 그 작은 별은 시리우스의 동반성이었습니다. 천문학자들이 그렇게 찾길 바랐던 그 동반성 말이죠. 클라크는 우연히 발견했지만 천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단한 발견을 한 겁니다.
그럼 이것으로 시리우스의 이상한 움직임이 해결되었을까요? 그러기에 그 별은 너무도 작았습니다. 그 작은 천체의 중력으로 시리우스에 영향을 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죠. 안타깝게도 지금과 달리 당시는 고밀도로 압축된 천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동반성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시리우스의 비밀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었죠.
<백색왜성의 등장>
한편 19세기 중반엔 분광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별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나 온도 등을 알 수 있죠. 그래서 바로 해결되었냐고요? 해결되긴 합니다만 당장이 아닌 20세기에 들어와서야 그 비밀이 풀리게 됩니다.
20세기 초반인 1910년 러셀을 비롯한 천문학자들은 최초의 백색왜성인 40EridaniB 가 아주 작지만 질량은 상대적으로 크고 표면온도가 매우 높은 별임을 알게 되고 이를 백색왜성이라 부릅니다. 말 그대로 흰색의 작은 별이란 뜻이죠.
1915년 윌터 아담스는 윌슨 산 천문대의 60인치 망원경을 이용해 시리우스B의 스펙트럼을 구하는데 성공했으며 앞서 발견된 40EridaniB와 같은 별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시리우스B는 백색왜성이었던 겁니다.
백색왜성은 태양 질량의 50~60%에 해당하는 물질이 지구의 크기만큼 압축된 천체입니다. 태양 질량의 절반이 지구에 모여 있는 셈이죠. 특히 시리우스B의 질량은 태양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시리우스A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겁니다.
이런 백색왜성의 엄청난 비밀도 1920년대 양자역학과 파울리의 배타원리, 파울러의 연구 등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후 백색왜성은 태양정도의 질량을 가진 별이 죽을 때 남긴 핵으로 100,000도 이상의 뜨거운 천체라는 것도 알려집니다.
<시리우스의 가치>
이렇듯 시리우스는 천문학의 여러 분야에 걸쳐 관측할 가치가 높은 별입니다. 적당한 크기와 가까운 거리 덕택에 여러 분야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지요. 천문학자들에겐 정말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시리우스는 1월부터 저녁에 보이기 시작하여 초봄까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맑은 날 밤 반짝반짝 빛나는 시리우스의 푸른 아름다움을 만나보세요. 그리고 8.6년을 달려온 그 빛에 인사를 건네보세요. 과거 환영받지 못했던 그 화려한 빛이 이젠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겁니다.
글 : 김영진
경력 : 세종천문대 천문대장(2001), 안성천문대 천문대장(2007), 과학동아천문대 천문대장(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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