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의원, 카톡 단체방 조용히 나가기 보장법 발의
카카오 “이미 일반 단톡방에도 확대 적용 준비 중”
민간 서비스 직접 개입하는 법안 발의 과도하다 지적 많아
단톡방 초대 거절 등 카카오톡 향한 갖가지 요구 지속될 듯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단체 채팅방에서 퇴장 알림 없이 조용히 나갈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더 이상 교류가 없어진 단톡방을 언제 나갈지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댁 식구가 포함된 단톡방에서 적절한 대답을 하느라 고심할 필요도 없어지는 걸까요.
최근 카카오는 유료 이용자 대상 팀 채팅방에 이어 일반 단체 대화방에도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도입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카카오톡의 일반 단톡방과 오픈 채팅에서는 대화방에서 나가면 ‘XXX님이 나갔습니다’ 라는 알림 메시지가 뜹니다. 이에 이용자들은 오랫 동안 알림 없이 나갈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요. 카카오톡 단톡방은 친구·지인·가족 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용, 종교활동 등 각종 모임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하지 않아도 단톡방에 초대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단톡방을 나가고 싶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단톡방을 나갈 경우 이용자들에게 알림이 뜨니, 구성원들에게 눈치가 보이거나 사이가 불편해질 수 있는 경우를 우려해 섣불리 나가지 못하는 이용자들이 많습니다. 이에 알림 없이 나가도록 해달라는 게 이용자들이 해당 기능을 요구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카카오가 카카오톡 ‘팀채팅방’에 알림 없이 방을 나갈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팀채팅방은 카카오톡 유료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인 ‘톡서랍 플러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개설할 수 있는 단체방입니다.
카카오는 팀채팅방이 주로 팀 프로젝트, 동아리 등 협업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이용이 끝난 뒤 이용자들이 방을 나간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것을 고려해 ‘조용히 나가기’ 옵션 기능을 추가했다고 설명했죠. 하지만 다수 이용자들은 일반 단체방(단톡방)에는 해당 기능을 도입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내비쳤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까지 나섰습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3인 이상의 이용자 간 실시간 대화를 매개하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대화의 참여를 종료할 수 있게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대표 발의자인 김정호 의원을 비롯해 박상혁, 임종성, 어기구, 윤후덕, 정춘숙, 서동용, 박재호, 김윤덕, 김회재, 허종식 의원 등이 참여했습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배경으로 김 의원은 “이동통신단말장치의 보급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용자 간 실시간 대화를 매개하는 정보통신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단체 대화에 이용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초대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라며“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자가 대화를 중단하기 위해 대화방에서 퇴장하는 경우 해당 이용자가 퇴장했다는 메시지가 표시됨에 따라 이용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법안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김 의원은,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까지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또 그는 해외 메신저 왓츠앱이나 위챗 등은 해당 기능을 도입했는데, 카카오는 일반 단톡방에는 적용하지 않아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고 이용자 불편이 가중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안 발의 소식에 이용자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너무 필요하다”, “원하는 법안이다” 등 반기는 이들이 있는 한편 조용히 나가기 뿐만 아니라 단톡방 초대 거절 등 또 다른 기능을 추가로 도입해달라고 요구하는 반응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어플에 필요한 기능 안 만들어준다고 규제책을 만드는 건 오버 아니냐”, “카카오가 기능을 만들면 되지 이런것도 법안을 발의하나” 등 법안 추진 자체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전문가들도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을 내놓습니다. 민간기업 서비스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이성엽 교수는 “해당 기능이 도입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메신저 운영자가 서비스에 반영하면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법안 발의에 카카오도 당혹스러운 눈치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단톡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이미 팀채팅방에 적용되었으며, 적용범위 확대를 준비 중”이라며 “이 밖에도 사용자의 커뮤니케이션 피로감을 줄일 수 있는 여러 기능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이미 카카오가 일반 단톡방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지만,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입 시점도 아직은 미정입니다.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원하지 않는 이용자들도 많아 도입 시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여러가지 대안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알림 없이 나갈 경우 해당 이용자가 단톡방에 없는 것을 알지 못해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고, 나중에 말 없이 나간 사실을 알고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겠죠.
카카오톡이 오프라인 지인 연결을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카카오가 오랫동안 이 기능을 도입하는 데 고민한 이유이기도 하죠.
어찌됐든 이번 조용히 나가기 보장 법안 발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향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특히 지난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카카오는 독점 메신저라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죠. 메신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빠르게 확장했다는 이유로 여러 부처에서 플랫폼 독점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방위에서 조여오는 다양한 규제로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생활에 없으면 일상이 불편하고, 대체제도 찾기 어려운 카카오톡이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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