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설명
‘오펜하이머’ 신작에는 “역공학, 전자공간서”
순식간에 건물이 즐비한 대도시가 통째로 날아가고 쓰나미가 일며, 사람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다. 하늘에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형성되고 공중에는 낙진이 뒤덮인다.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이처럼 묘사된다. 그렇다면 현실과 영화에서 묘사되는 핵폭발은 얼마나 다를까.
유튜브 채널 ‘보다 BODA’는 지난달 25일 ‘핵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를 위해 핵폭탄을 터트렸다던데, 가능할까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명예교수는 현실과 영화 속 핵폭발 장면을 비교해 설명했다.
영화 속 인물이 핵폭탄이 터지는 상황에서 도망치고, 해변·수중·공중·대도시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는 모습과 과거 실제로 진행된 핵실험 장면을 보여주면서 차이점을 짚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 교수는 핵폭발이 일자 참호로 몸을 숨기는 영화 등장인물에 대해 “컴퓨터 그래픽(CG) 이런 걸로 했을 텐데 현실 뺨치는 생생함”이라며 “현실에서 이렇게 볼 수가 없다. (핵폭발이) 오는 광경, 볼 때쯤엔 벌써 화기 때문에 화상 입고 백내장 이전에 시력을 잃게 된다. (등장인물이) 화상을 입었다, 진동이 느껴지고 이 정도면 사실적으로 처리했다”고 했다.
이어 “(핵폭탄이 터지고 도망가는) 그 대목은 말이 안 된다”며 “왜냐하면 그 순간에 충격파라는 초속 340m인 음속보다 빠르다. 거리를 보니까 50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떨어진 거 같다, 그러니까 1초 안에 저기까지 가야 되는데 그런 부분은 좀 비현실적”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핵폭발이 일어났을 경우 지하에 몸을 숨기는 게 올바른 대피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핵 발사를 컨트롤하는 전자 장비가 현대화된 영화 장면을 두고는, 디지털화가 될수록 신호가 잘 빠져나가는 탓에 첩보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아날로그 장비로 돼 있다고 언급했다.
핵폭발 이후 해변에서 거센 물결과 낙진이 들이닥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처음 핵실험했을 때 모습과 같다고 표했다.
또 수중 핵폭발로 인근에 있던 헬리콥터와 큰 규모의 항공모함이 전복되는 모습과 관련해선 “상당히 현실적이다. 실물과 가깝다”고 평했다.
도시 수백미터 상공에서 핵폭발이 터지면서 화구가 생기고 건물이 휩쓸려나가는 영화 속 장면도 나왔다.
서 교수는 “지구에서는 화구 다음에 바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데 (영화 장면을) 일찍 끝내서 그런지 모르지만, 조금 묘사가 서툴다고 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상상할 수는 없지만 1000만t(톤)급, 1억t급이라고 하면 대도시 자체가 사라질 수가 있다”며 “(아파트 안에 있어도) 증발할 수 있다. 그 열풍이 불기 때문에 유리창이 깨지고 그다음에는 기화가 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얼마나 가까이에서, 높은 데서 터졌느냐”라고 했다.
다만 핵전쟁 속에서 영화 속 인물이 뼈만 남은 채 살갗이 사라진 장면은 현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살갗이 없어졌으면 뼈도 승화하고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다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와 관련해선 그는 “트리니티 실험이 1945년이니까, 사진밖에 없는데 역공학이라는 게 있다”며 “거기다 20kt(킬로톤)짜리 플루토늄을 높이 25m에 놓는 식으로 똑같이 그걸 전자 공간에서 하고 그걸 덧입히는 거다. 그걸 AR(증강현실)이라고 한다”고 봤다.
앞서 놀런 감독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CG를 사용하지 않고 첫 번째 핵 폭발 실험인 트리니티 테스트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영상은 과거 네바다 사막·비키니 환초 등에서 이뤄진 실제 핵실험 장면도 다뤘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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