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환경 파괴 이야기로 재탄생…22∼25일 LG아트센터 공연
“안무 완전히 재창조…도전은 두렵지만, 깨어있기 위해 스스로 겁줘

▲앙줄랭 프렐조카주<I T N>

모던발레의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주(66)가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환경 파괴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20세기 이후 프렐조카주는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현대 무용 안무가다. 50개가 넘는 작품들을 지난 40년간 창작해 온 그가 오는 22∼25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차이콥스키 음악으로 유명한 ‘백조의 호수’다.

악마의 저주에 걸려 백조로 변한 공주가 왕자와 진실한 사랑에 빠지는 원작의 이야기를 호수 앞에 거대한 공장을 세우려는 자본가와 환경 파괴로 희생되는 백조의 이야기로 각색했다.

20일 한 언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환경 파괴 문제를 주제로 삼게 된 배경을 묻자 프렐조카주는 “딸들을 둔 아버지로서, 다음 세대와 그 이후 세대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진다”고 답했다.

이어 “제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 어떤 것을 물려주게 될지 궁금하다. 지구 온난화로 호수가 말라가고 있고, 최근 50년 사이에 800종의 동물이 사라졌다”며 “우리 아이들, 우리의 손주들은 이 흠 잡을 데 없이 하얀 새(백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이게 내가 춤으로 표현하고 싶은 진짜 질문들”이라고 말했다.

‘백조의 호수’는 프렐조카주가 2018년 원작 안무가 마리우스 페티파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작품’고스트’를 위촉받으며 출발했다.

▲앙줄랭 프렐조카주 신작 ‘백조의 호수’

프렐조카주는 “‘고스트’를 만든 후에도 작업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포인트 슈즈(토슈즈) 없이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현대 무용은 새가 땅의 지지를 받아 날아오르듯 땅에 닻을 내리고 있다(토슈즈 없이 땅에 발을 내디딘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방법들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2막의 백조들의 군무다. 원작에서는 하얀 튀튀(발레복)를 입은 여성 무용수들이 발끝으로 바쁘게 움직이면서 상체를 꼿꼿하게 세운 채 고난도 동작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에서 둥근 대형으로 변형된다. 무용수들은 백조의 목과 머리를 형상화한 듯 손목을 90도로 꺾은 채 팔을 뻗고 춤을 춘다.

프렐조카주는 “팔 안무가 특별하다. 백조가 땅에서 쉬고 있다가 날아가듯 팔 동작과, 점프, 몸을 일으키는 동작 등을 통해 ‘상승’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이 장면은 고전 발레 및 여성 무용수들의 클리셰를 모두 해체한다. 이것은 자유의 송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춤의 살점이 되는 모든 것들을 완전히 재창조했어요. 시작은 페티파의 기본적인 구조에서 시작했지만, 그 위에 다른 문법을 썼죠. 페티파에게 경의를 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창작과정과 재창조하면서 저만의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앙줄랭 프렐조카주<I T N>

안무는 새롭게 창작했지만, 음악은 원작의 차이콥스키 음악에 새로 작곡한 현대적인 분위기의 음악을 약간 삽입하는 정도로 변형을 줬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곡 외에도 다른 작품인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서곡 등도 가져왔다. 그 배경에 대해 프렐조카주는 “차이콥스키 음악의 가장 상징적인 순간들을 유지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저에게 ‘백조의 호수’는 에베레스트산 같은 위대한 창조물 중 하나예요. 안무가로서 이런 기념비적인 작품에 도전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저는 스스로를 겁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이 저를 깨어 있게 하기 때문이죠.”

▲앙줄랭 프렐조카주 신작 ‘백조의 호수’<I T N>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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