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소설집 ‘연수’ 출간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걸요.”
자꾸만 직장인에 대해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소설가 장류진(37)은 드라마 ‘대장금’의 대사를 인용하며 답했다. 2019년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이후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소설을 계속해서 써온 그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신에게서 그런 이야기가 솟아난다는 것이었다.
최근 출간한 두 번째 소설집 ‘연수’도 마찬가지다.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통과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주연이 운전 연수를 받는 표제작부터 대기업 입사 합숙면접에서의 간절함을 다룬 단편 ‘펀펀 페스티벌’까지, 그의 소설에는 여전히 직장이 빠지지 않는다.
각박한 현실과 직장에서의 차가운 현실을 다뤘지만 특유의 위로도 있다. 운전 연수를 받는 주연에게 강사가 건네는 “잘하고 있다”는 격려와 단편 ‘공모’에서 퇴사를 결정하곤 미안해하는 후배 직원에게 “네 미래가 될 수 없었던 내가 죄송하다”는 선배의 말에서는 희망이 보인다.
“아무리 안 좋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도 하루 종일 안 좋지는 않을 거예요. 그 사이에 뭔가 기쁨과 슬픔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의 첫 소설집의 제목처럼 그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바라볼 줄 아는 작가다. “위에서 봤을 때는 납작해도 옆에서 보면 올록볼록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는 소설을 썼다.
“소설이 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저를 닮는 것 같다”
20대를 회사원으로 보낸 장류진은 대학에서 사회학과를 전공한 뒤 판교의 IT 대기업에서 10여 년간 일했다.
등단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은 주인공이 IT 회사에 다니는 설정에서 출발해 업계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제 소설만 보곤 제가 회사 생활을 엄청 싫어하고 불만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어요. 우연히 갖게 된 직업이지만 적성에 잘 맞았거든요.”
IT회사에 입사하게 된 그는 IT 업계가 각광받는 시기에도 회사와 함께했다. 업계의 성장과 커리어를 함께했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해소되지 않았다. 회사에 입사한 후 소설 쓰기 강좌를 듣고 계속 글을 써온 그는 첫 소설집을 출간하고 퇴사했다.
2018년,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지만 장류진은 누구보다 빨리 전업작가가 됐다. 첫 소설집부터 큰 주목을 받았기 떄문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중국 대만 터키 일본 베트남, ‘달까지 가자’는 중국 대만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까지, 각각 5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그에게 직장은 전업 작가가 된 지금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일을 통해 생산하는 서비스와 재화 또한 그가 생각하는 직업의 중요성이다. 전업 작가가 된 지금 그는 자신의 일이 ‘책’으로 나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있어서 직장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바로 ‘현실성’이다. “저에겐 늘 핍진하게 쓰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요. 이야기를 쓰면서 인물을 그리다 보면 뭐로 벌어먹고 사는지에 대해선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장류진은 SF와 판타지 등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지금에도 일상에 발붙인 이야기를 계속 쓴다. 일상 속에서 특정 장면이나 대사가 머리속에 들어오면 이를 간직해뒀다 이야기로 풀어내는 습관은 등단 후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소설 역시 ‘아르바이트’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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