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이통사, 통신장애 예방 위해 사전 점검 및 비상체계 가동
심각 피해시 ‘재난와이파이’ 발동…기지국 고장나면 주변 기지국 출력↑

▲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부산지역에 태풍경보가 발효된 10일 오전 부산진구의 한 도로에서 시민이 비바람에 맞서 힘겹게 이동하고 있다<I T N>

제6호 태풍 ‘카눈’이 비바람을 몰고 한반도에 진입했다. 강한 위력에 영향권에 든 지역에서는 고속철도도 운행하지 못할 정도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오후 3시 기준 경북 안동 서쪽 약 40km 지점을 통과해 시속 35km로 북북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85hPa이며 최대풍속은 24㎧다. 이후 충북, 경기동부를 지나 북한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역대급이라고 여겨졌던 태풍 힌남노의 속도가 시속 40~60㎞라는 점을 고려하면 카눈은 상대적으로 느리다. 문제는 이동속도가 느린 만큼 한반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비바람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기상청은 곳에 따라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호우가 내릴 가능성도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사고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비상대응체계 가동에 돌입했다. 현재 4시간마다 통신사업자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은 통신 시설 사전 점검을 마치고 재난 대응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안정적 통신망 운영을 위해 지선 점검과 보강은 물론 침수가 우려되는 하천이나 저지대에는 누수 여부를 점검하고 모래주머니와 차수판을 배치했다.

이같은 대응책 마련에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며칠 간 집중된 호우로 정전, 침수 등이 일어나면서 유무선 통신 및 유료방송 약 15만1000개 회선이 피해를 입었다.

현재 태풍 카눈이 지나간 경남 창원에서는 맨홀 뚜껑이 솟구쳐 정차 중이던 버스 밑바닥을 뚫고 들어오는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도로가 잠기고 땅이 꺼지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부산과 울산에선 정전 피해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실시한 통신서비스 긴급복구 훈련에서 시범으로 선보인 재난와이파이<I T N>

심각한 태풍 피해로 통신 장애가 발생할 경우 재난관리기본계획으로 마련한 ‘재난와이파이’의 첫 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난와이파이는 2021년 KT의 대규모 통신 장애 발생 이후 재난관리기본계획에 따라 수립한 방안으로 무선망 장애가 발생한 통신재난 위기경보 ‘경계’가 발령되면 공공·상용 와이파이를 개방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공공·상용 와이파이는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대략 34만3000개 규모다.

현재는 각 이통사마다 운영하는 와이파이를 가입자만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재난와이파이는 가입 이통사 상관 없이 사용 가능하다. 재난와이파이가 발동되면 스마트폰 와이파이 설정에 통합 식별자(Public WiFi Emergency)가 별도로 생성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재난정보 수신 등 긴급 통신이 가능하다.

상황이 심각해 단순 인터넷 장애로 끝나지 않고 통화까지 되지 않을 경우에는 재난로밍을 가동한다. 일례로 A 이통사의 망이 망가지면 B 또는 C 이통사의 망을 빌리는 것으로 끊김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심각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건물 옥상 등에 설치돼 외부에 노출된 기지국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통사가 사전 점검을 마쳤더라도 강한 비바람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통사는 이 경우 재난 대응 상황실을 통한 모니터링으로 현상을 확인한 후 주변에 정상 작동하는 기지국의 전파 출력을 높여 해당 지역을 커버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태풍 상황에도 안정적 통신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점검을 마치고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다만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재난와이파이를 가동, 가입 이통사 상관 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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