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벌금 구형에 징역 6개월 선고…법정구속은 안 해
확정시 의원직 상실…鄭 “감정 실린 판결, 항소하겠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사자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검찰의 구형인 벌금 500만원보다 무거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력 정치인인 피고인의 글 내용은 거짓으로, 진실이라 믿을 만한 합당한 근거도 없었다”며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에 해당하고 그 맥락이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거칠고 단정적인 표현의 글로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당시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인물이라 보기 어려웠으며 공적 관심사나 정부 정책 결정과 관련된 사항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넘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겪은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은 수사 과정에서 엄벌을 바란다고 명확히 밝혔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정 의원이 2017년 사과글을 SNS에 올리긴 했지만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는 등 피해회복 조처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도 했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는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 올라온 게시물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라며 2018년 검찰에 제출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검찰을 향해서도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는 합리적 이유 없이 매우 느리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범행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점’이 정 의원에게 유리한 사정이라는 구형 당시의 검찰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자체가 매우 단순하고 이미 관련 자료가 충분히 확보됐던 것으로 보이며 참고인들이나 피고인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피고인에 대한 조사는 한 차례밖에 실시되지 않았고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도 이뤄지지 않는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처분이 이뤄졌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을 법정구속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활동을 제한하게 되는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더욱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선고 뒤 정 의원은 “너무 의외의 판단이 나와 당황스럽다. 재판부를 존중해야 하지만 순응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단”이라며 “다분히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어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이 죽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어 글을 올렸던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나 그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줄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선고가 확정되면 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이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퇴직하도록 규정한다.
2017년 9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유족에게 고소당했다.
고소 5년 만인 지난해 9월 검찰은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으나 법원이 11월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김태우 01@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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