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서는 안 돼…

▲위험한 일본책<I T N>

“한국인만큼 일본을 비판할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일본에 오랜 기간 고초를 겪었고 일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의식에 기초한 일본 비난은 더 많은 사람을 장기간에 걸쳐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본문 중에서)

서울대 역사학부 박훈 교수는 신간 ‘위험한 일본책'(어크로스)를 통해 한일 관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반일이면 무죄’라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쓴 일본론”이라고 했다.

박 교수가 파악한 한국의 일본을 향한 관심은 다채롭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 경쟁심을 불태우고 동향에 신경을 쓰며 자주 비교한다. 다만 과도한 관심에 비해 풍부한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체계적인 이해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어떤 때는 일본을 과도하게 경시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지나치게 일본을 무서운 나라로 본다.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의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다른 길을 가게 되었을까?

박 교수는 “이런 심리의 근저에는 모르는 대상에 대한 공포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대상에 대한 비하가 콤플렉스처럼 엉킨 채 자리하고 있다”며 “이같은 일본 인식으로는 한일 간에 얽힌 역사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도, 급변하는 지역 질서 속 협력과 경쟁의 파트너로서 지내는 것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본이라면 무조건 “노!”를 외치고 “반일이면 무죄!”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막연한 적대감과 멸시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며 일본 비판이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일본제국주의의 행위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다만 그것의 목적은 한국과 일본이 자유와 민주, 법치와 평화의 세계로 가기 위한 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 민족주의를 선동하기 위한, 언론사든 출판사든 시민단체든 자기 비즈니스를 위한, 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한 일본 비판은 이제 거둘 때가 되었다. 도산 안창호는 그의 많은 어록에서, 우남 이승만은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에서, 백범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3·1운동의 ‘기미독립선언서’에서 위대한 우리의 선조들은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다.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충고하고, 그 길에서 벗어나 함께 손잡고 더 큰 세계로, 더 큰 가치를 위해 나아가자고 타이른다. 우리의 대일 자세도 이래야 한다.”

김용구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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