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MS 등에 맞서 자체 LLM 기반 생성형 AI 서비스 공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기반 B2C·B2B 공개 잇따라
카카오, ‘코GPT2.0’ 연내 공개해 공동체 서비스 접목
한국어 특화 강점 앞세워 자사 플랫폼에 AI 탑재해 안방 사수
지난해 말 미국에서 등장한 ‘챗GPT’가 전 세계 산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물론, 변호사·의사시험까지 합격할 정도로 똑똑해진 초거대 AI의 등장은 인터넷·스마트폰을 넘어 우리의 일상을 뒤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했다. 우리 기업들도 한국형 초거대 AI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참전한다.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삼성, KT 등 대기업부터 중소·스타트업 진영까지 K-AI 생태계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를 주도할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와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과 서비스,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와 해결 방안을 짚어봤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8월 독자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면서 밝힌 포부다. AI 기술과 알고리즘의 핵심이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에 있는 만큼, 한국어와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최적화된 AI 서비스로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자신감이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체 개발한 AI(인공지능)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생성형 AI 서비스 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 오픈AI, MS(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연초부터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공개하며 치열해진 AI 패권 경쟁에 공식 참전한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략은 국내에서 1위를 선점한 포털, 메신저 등 자사 플랫폼에 한국인 정서에 맞는 생성형 AI를 붙여 안방을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고도화된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활용한 AI 챗봇 ‘클로바X’를 전격 공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보다 큰 매개변수(파라미터) 사이즈에 6500배 많은 한국어를 학습한 게 강점이다. ㅊ(기업과소비자간거래)는 물론 B2B(기업간거래) 시장을 모두 아우른다.
이달에는 네이버 만의 생성형 AI 검색 ‘큐:’를 공개하며 구글이 추격하고 있는 국내 검색 서비스 시장 사수에 나섰다. 연내 네이버 통합검색에 ‘큐:’를 적용하겠단 목표다.
카카오는 AI 기술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LLM 코GPT2.0을 연내 공개할 방침이다. 비용 합리적 모델을 앞세우며 B2B보다는 카카오톡 등 카카오 공동체 내 서비스에 접목해 시너지를 높이는 게 주된 목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생성형 AI 서비스 전략은 같은 듯 다르다. 양사의 LLM 모두 한국어 특화를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네이버는 B2B와 B2C 모두를 공략한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2021년 5월 발표했던 네이버의 국내 최초 및 전 세계 3번째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모델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학습한 복수 언어 모델이며 프로그래밍 역량도 강화했다.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높은 이해도, 전문 지식에 대한 학습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글쓰기나 협업 도구, 면접 연습 등 개인 및 기업의 생산성 도구로 활용될 때 가장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도 공개되고 있다. 지난달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의 클로바X는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한 대화형 AI 서비스다. “한국인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대화형 AI 서비스”라고 회사는 자신한다. 구글 바드, 오픈AI의 챗GPT 등과 경쟁구도인 셈이다. 비즈니스 글쓰기에 강점이 있으며 입력창에 ‘스킬’ 버튼을 활성화하면 네이버 쇼핑과 여행 서비스가 접목되는 게 차별점이다.
이달 20일에는 새로운 검색 서비스 ‘큐:’를 공개했다. 검색 답변 신뢰도에 초점을 맞춰 복잡한 질의에도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해답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검색과 달리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검색을 반복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큐:는 쇼핑, 로컬, 페이,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등 네이버 서비스와 연계된다. 연내에는 통합검색 서비스에 적용될 예정이다.
B2B 생태계 선점에도 네이버는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 SW(소프트웨어), 게임, 모빌리티, 교육 등 다양한 산업군과 협력하며 하이퍼클로바X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네이버 클로바X ‘스킬’ 시스템 도입을 논의 중인 기업은 야놀자, 인터파크, 폴라리스오피스, 캐치테이블, 쏘카, 배달의민족 ,울프람알파, 컬리 등이다.
오는 10월에는 하이퍼클로바X를 탑재한 ‘클로바 스튜디오’와 완전 관리형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인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인다.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는 각 기업이 보안 침해나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이 자사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특화된 LLM을 만들 수 있다. 하이퍼클로바X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 ‘프로젝트 커넥트X’도 우선 네이버 사내 프로젝트에 적용 중이다.
카카오도 새 먹거리로 AI를 낙점했다. 파라미터 수를 앞세우기 보다는 비용 합리적인 AI 언어 모델로 버티컬 서비스와 접목하는 것을 지향한다.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6월 김일두, 김병학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카카오의 AI 역량 결집했다. 초거대 AI 모델 구축사업과 버티컬 서비스 발굴에 집중한다.
카카오브레인은 한국어와 영어에 능하고, 생성 문장의 사용자 선호도가 이전 버전 대비 큰 폭으로 향상된 ‘코GPT 2.0’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코GPT2.0은 300억개의 매개변수, 1조5000억개 이상의 데이터 토큰 학습이 목표다. 파라미터 60억, 130억, 250억, 650억개까지 다양한 크기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 대규모 파라미터 수 구축보다는 서비스에 잘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코GPT2.0이 접목될 카카오 공동체 서비스는 카카오톡이 꼽힌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과 AI 접목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진행될 것이다. AI 접목으로 수많은 이용자들에게 개인화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이미지 생성 모델 개발과 헬스케어 분야 AI 적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사실감 넘치는 이미지를 3초 안에 그려내는 초거대 AI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Karlo) 2.0’을 공개했다.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AI CAD 문서(영상) 판독 서비스를 출시해 국내 대형병원과 협력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 제약사와 협업해 신약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도 자사 AI 기술과 플랫폼의 결합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특화 생성형 AI 엔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브레인에서는 주도적으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해나가는 동시에, 카카오는 내외부의 AI 기술을 활용한 버티컬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는 투트랙 전략을 전개하면서 급변하는 AI 산업에서의 기회를 포착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공개되는 대부분의 네이버와 카카오 생성형 AI 서비스가 내수에 치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소한 국내 시장 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막대한 자본금을 갖춘 미국, 중국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나라 포털과 메신저 시장은 구글 등 외산 빅테크가 점령하지 못한 유일한 사례로 평가되지만, 생성형 AI를 앞세운 외산 서비스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과거 MS의 PC 운영체제, 구글·애플의 모바일 앱마켓 사례처럼 AI 시장이 외산 빅테크 기업에 종속된다면 우리나라 기업과 소비자들의 AI 사용료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사 서비스에 한국인 정서에 맞는 생성형 AI를 붙여 안방을 사수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특정 지역의 ‘현지화 전략’을 통해 생성형 AI 글로벌 경쟁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검색 서비스는 사람과 언어에 대한 이해, 지역 고유 특성, 문화에 대한 깊은 탐구가 있어야 한다. 네이버가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회사라고 자부한다. 생성형 AI 시대에서 이 본질과 경쟁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구글 ‘바드’와 오픈AI의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빙’의 등장으로 국내 포털 점유율은 하락세다. 웹 사이트 분석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은 네이버 57%, 구글 33%, 다음 4%, MS 3% 등 순이다. 연초에는 네이버 점유율이 60%를 넘었지만 하반기 들어 50%대로 떨어졌다. 반면 구글은 30%를 넘겼다.
문제는 앞으로 빅테크의 추격이 더 거세질 것이란 점이다. 구글은 자사 LLM ‘팜2’ 기반의 AI 챗봇 ‘바드’를 공개하고 한국어를 우선 지원한 데 이어 구글 맵, 유튜브, 쇼핑, 항공, 숙박 등에서 제공되는 실시간 정보와 연동해 답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향후 자사 검색엔진에 생성 AI를 결합할 예정이다. 또 GPT-4에 대항하기 위해 구글이 개발한 차세대 LLM ‘제미니’가 출시에 임박했다. 파라미터 수는 1조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손잡고 올해 발 빠르게 자사 제품에 생성 AI를 접목하고 있다. 지난 26일 PC 운영체제 ‘윈도11’을 시작으로 ‘MS 365’, ‘엣지’, ‘빙’ 등 자사 제품에 AI 서비스 ‘MS 코파일럿’을 탑재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 7월 LLM ‘라마2’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데 이어 젊은 층을 겨냥한 새로운 AI 챗봇을 준비 중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26일 챗GPT에서 새로운 음성 및 이미지 기능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유병준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 AI가 한국인을 잘 이해한다는 강점을 생성형 AI 시장에서 잘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라며 “글로벌 시장도 중요하지만 규모 등 면에서 처음부터 세계 최고를 달성하는 건 쉽지 않다. 각사가 강점이 있는 포털과 모바일에서 생성형 AI를 접목하고, B2B 시장에서도 K-콘텐츠 등 강점이 있는 영역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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