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께 RSV 감염증 발생 시작
GSK·화이자·AZ·사노피 등 美서 승인
일교차가 커지며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년 10월부터 급성 호흡기 감염증인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발생이 시작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기침, 열, 콧물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 때문에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RSV는 인두염 등 주로 상기도 감염으로 나타나지만 영유아, 고령자에서는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같은 보다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은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 혹은 호흡기 비말을 통해 쉽게 전파되는 게 특징이다. 증상으로는 콧물, 기침, 재채기, 천명음, 발열, 호흡곤란 등이 있다.
보통 10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1월께 유행 정점에 도달한 후 3월까지 발생한다. 다만, 작년에는 10∼11월 유행을 보인 후 환자가 줄다가 올해 2월부터 다시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매년 16만명이 RSV로 사망하며, 5세 미만 영유아는 이 바이러스로 심각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5세 미만 어린이 5만8000∼8만명이 RSV 감염으로 입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산후조리원 등에서 신생아 집단감염 사례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에 돌입하면서 제약기업은 또다른 호흡기 감염증인 RSV 백신 개발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백신 상용화의 시작을 알린 건 영국계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다.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RSV 백신 ‘아렉스비’를 세계 최초로 판매 승인받았다. 60세 이상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60세 이상 2만5000명 대상 임상연구 결과 GSK 백신 1회 접종 시 하기도감염질환(LRTD) 발병 위험을 82.6%, 중증 하기도감염질환 관련 발병 위험을 94.1% 줄였다.
같은 달 미국 화이자도 GSK에 이어 60세 이상 고령자의 RSV 감염으로 인한 하기도 질환 예방을 위한 RSV 백신 ‘아브리스보’를 FDA에서 승인받았다. 최근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구가 신생아를 보호하기 위해 임신 여성에게 ‘아브리스보’를 접종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화이자는 추후 국내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7월에는 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영유아용 RSV 예방 항체치료제 ‘베이포투스'(성분명 니르세비맙)가 FDA의 승인을 받았다. 24개월 미만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접종 가능하다. 베이포투스는 RSV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몸에 주입하는 약물이다. 기존 팔리비주맙과 달리 단 한 번의 접종으로 RSV 유행 기간 동안 영유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모더나는 RSV 백신 후보물질 ‘mRNA-1345’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BLA)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1월 고령자 대상 임상 3상에서 83.7%의 예방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RSV는 신생아, 고령자에서 모세기관지염, 폐렴을 일으킬 수 있어 치명적이다”며 “독감보다 RSV를 우려할 정도로 2~3년마다 주기적으로 유행해 질병부담이 크다. 해외에서 최근 백신이 허가되기 시작하면서 예방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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