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 이해 남달라…4년 전부터 상 받으리라 예상”
‘글쟁이’ 인간적 모습… “한국 수학계에 애정도 깊어”

‘수학 노벨상’ 필즈상 한국계 첫 수상자 허준이 교수<I T N>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허준이(39. June Huh) 석학 교수가 5일(현지시간) 필즈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수학자로는 최초 수상이다. 이전까지 한국계나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이날 국제수학연맹(IMU)이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연 시상식에서 허 교수가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모든 일에 진지하게 임하는 친구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학을 ‘말’로 잘 설명하는 친구였다는 거예요. 그런 것이 사실 엄청난 실력인데…수학적 이해가 남다르다고 생각했죠.”

허교수와 서울대 학부 시절과 대학원 과정을 함께 보낸 정승조 수학교육과 교수는 6일 허 교수의 옛 모습을 이렇게 떠올렸다.

수학자들끼리 하는 얘기로 “‘큰 수학’을 하는, 먼 길을 가는 범상하지 않은 친구”였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에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아니라 이미 2018년부터 필즈상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허 교수가) 성적이 잘 안 나오고 시험을 잘못 볼 때는 있었어도 (학부 때부터) 수학에 대한 이해는 남다른 친구였다”고 단언했다.

허 교수가 2018년 당시 이미 여러 수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등 필즈상을 받을 자질이 충분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2018년 이후 허 교수는 ‘조합 대수기하’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었다”며 “감히 비유하자면 새로운 물리학을 연 아인슈타인처럼, 수학의 새로운 분야를 연 친구이기에 올해는 상을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정 교수는 허 교수의 국적을 두고 일각에서 설왕설래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적이 미국이다 보니 한국인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가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에 대학교, 대학원까지 나왔으니 한국 교육이 배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 “허 교수가 단순히 어렸을 때부터 잘하는 친구였거나 과학고 등 특목고를 나온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도 꾸준히, 진지하게 학문에 임하면 이런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개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수학 노벨상’ 필즈상을 수상하고 있는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I T N>

허 교수가 석사과정을 밟던 당시 서울대 수리과학부 박사과정에 있던 경북대 수학교육과 정기룡 교수는 허 교수를 ‘석사과정생 같지 않은 후배’로 회고했다.

정 교수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석사과정이 세계적 기준에서 봐도 커리큘럼이 빡빡해 커리큘럼 외의 것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런데도 허 교수는 커리큘럼 외에도 자기가 하고 싶고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그 모습이 대학원에서도 유명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허 교수를 ‘학문적 성취가 뛰어난 후배’일 뿐 아니라 ‘사랑꾼’, ‘글쟁이’로 기억했다.

정 교수는 “당시 지금 아내인 김나영 박사와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라 연애도 알콩달콩 잘하니 시기하는 대학원생들이 많았다”며 웃었다.

더불어 “함께 출장도 여러 번 다니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학교 언론사에서 일하는 것만 봐도 그랬지만 문장 표현력이나 이런 것이 수학하는 사람 같지 않고 문학적 소질이 굉장히 강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또 허 교수의 ‘문학적’인 모습을 보고 수학자로서 대성할 것이라 직감했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수학적인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이 학문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허 교수의 경우 이미 석사과정생 시절부터 자기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뛰어나 언젠가 큰 성취를 할 여지가 있다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허 교수는 듣는 사람들이 편하게, 수학적인 내용을 글이나 말로 표현할 때 편하게 들리고 읽히게 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정확히 이해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허 교수가 방학 때마다 한국에 오곤 했는데, 그때 세미나 초청 발표 등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한국 학계에 애정도 많다”며 후배에게 감사와 축하를 전했다.

김태우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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