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부터, 신작 등 20여 점 전시
추상 조각가 박석원(81)의 60여 년 추상 조각 세계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9월1일부터 서울 용산구 효창로 김세중미술관에서 ‘박석원 초대전’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돌, 쇠, 나무 등 정제되지 않은 한국의 전통적 재료에 대한 탐색과 한지의 특성을 응용한 평면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박석원은 60여 년 동안 자연적 본성이 지닌 물성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1960년대 실험적인 앵포르멜 시기를 거쳐 1970~80년대에는 돌, 쇠, 나무 등 자연을 근원으로 하는 재료의 순수한 물성에 축적의 기법을 더한 ‘적(積)’ 시리즈, 이어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적(積)에 인간의 의식을 내재 시키는 의미에서 ‘적의'(積意)’ 시리즈를 구현해 오고 있다.
적의'(積意)’. 영어로는 주로 ‘Mutation-Relation’으로 표기하고 있다. ‘적(積)’이라는 글자가 의미하는 ‘쌓기’ 내지는 ‘축적’이 아니라 관계에 의한 ‘변용’ 내지 ‘변이’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고 감각하는 사물은 일정한 원리에 따라 변용된 에너지(氣)의 산물로 작가에게 이는 서구의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세계)을 사유하는 한 방식이다.
“묵직한 재료를 거칠게 다듬어서 우리 앞에 담담하게 제시하는 그의 작품은 자칫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전혀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박석원을 평론가 서성록은 ‘조각의 시인’이라고 부른다. 물질을 다듬어 내밀한 조형의 시어로 변형시킬 뿐만 아니라 재료의 담소(淡素)하고 정제된 맛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미술평론가 김이순 홍익대 교수) 전시는 10월15일까지.
◆조각가 박석원은?
한국 현대조각사에서 중핵적인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어린 시절에 6·25전쟁을 겪고 4.19, 5.16과 같은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에 예민한 청년시절을 보낸 전형적 4.19세대다.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예술의 순수성에 천착하고, 창작 그 자체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면서 존재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했던 작가다. 1960년 미술대학에 입학한 이후 60여 년간 변함없이 창작에 몰두해왔다.
1942년 경남 진해 출신으로홍익대학교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1961년 대학 2학년 때 ‘희망’이라는 작품으로 국전에 입선하면서 미술계에 이름을 올렸다. 그 이듬해에는 문화공보부 주최 신인예술상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였고, 1966년에는 한국의 젊은 작가를 대표하여 파리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했다. 1968년과 1969년 국전에서 연이어 국회의장상을 수상하였으며, 1969년(10회)에는 상파울루비엔날레 출품을 계기로 20대의 나이에 한국의 대표작가 반열에 올랐다.
중앙대와 전북대 교수를 거쳐 1993~2008년 홍익대학교 조소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전 문화공보부 신인예술상(1963)과 국회의장상(1968-69), 김세중조각상(1992), 김수근문화상(1996),예총예술문화상(2003), 서울시 문화상(2008), 문신미술상(2010) 등을 수상했다. 한국현대조각회 창립멤버로 참여한 바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1974년 명동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19회에 결쳐 개인전을 열었다.
김용구 itn@itn.ne.kr
< © I T 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