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전한 기적·설교로 유명, 베드로 고기·오병이어 모자이크 등 흥미 요소도…
서른 무렵이 되자 예수는 고향 나사렛을 떠나 출가한다. 요르단강으로 세례자 요한을 찾아가 세례를 받고, 본격적인 전도 활동에 나선다. 성경에서 전하는 공생애(公生涯) 사역의 시작이다.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 서너 해 동안 이어진 예수의 공생애 기간 그 배경 무대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곳이 갈릴리 호수다.
예수가 중풍 환자 등 몸이 아픈 이들을 고치고 일어서게 했던 마을 가버나움, 제자들 앞에서 물 위를 걷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명이 넘는 이들을 먹였다는 곳 모두 갈릴리 호수와 그 주변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제자들과 군중에게 ‘여덟 가지 참행복(팔복)’ 등 그리스도인의 윤리를 전한 ‘산상설교(山上說敎)’도 갈릴리 호수가 보이는 언덕에서 있었던 일로 전승돼 왔다.
그만큼 갈릴리 호수는 예수 가르침을 따르고 신앙으로 삼은 기독교인들에게 특별한 장소일 수밖에 없다. 호수를 눈앞에서 접하면 바다 같다는 느낌이 크다. 호수의 남북 거리가 최대 20㎞에 달하고, 동서 간도 긴 곳은 14㎞나 된다. 호수의 끝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다.
해수면 고도가 -210m로 낮은 데다 호수 주변을 둘러싼 산들의 경사가 심해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파도가 일렁일 정도라고 한다.
갈릴리 호수는 초기 교회의 성지를 찾아 나선 순례객들이 예수의 사랑을 한껏 품어볼 수 있는 1순위 방문지로 꼽힌다.
예수와 제자들이 탔던 목선을 재현해 놓은 듯한 배에 올라 호수 위에서 기도를 올리고,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은 갈릴리 호수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갈릴리호숫가에 인접한 ‘베드로 수위권 교회'(Church of the Primacy of Saint Peter)도 순례객이 몰리는 장소 중에 하나다.
베드로는 예수와 동행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으뜸 제자’로 꼽힌다. 부활한 예수가 승천한 뒤로 그는 제자들 사이에서 지휘권을 갖게 되는데, 가톨릭교회에서는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본다.
이 교회가 순례객 사이에서 명성을 크게 얻게 된 데에는 제단 앞에 자연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 바위 때문일 것이다.
부활한 예수는 베드로 등 제자들 앞에 나타나 빵과 생선을 구워 이 바위 위에 올려놓고서 함께 식사한 것으로 성경에 전해진다. 기독교에서는 이 바위를 ‘멘사 크리스티'(Mensa Christi·그리스도의 식탁)로 부르며 기념하고 있다.
갈릴리 호수에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일도 접할 수 있다.
호수 주변 식당에서는 별식으로 일명 ‘베드로 고기'(Peter’s fish)를 여러 방식으로 조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 생선은 민물고기인 ‘배스(bass)’로 40여종의 고기가 사는 갈릴리 호수의 대표 어종으로 꼽힌다. 어부였던 베드로가 예수의 제자가 되기 전 그물을 던져 가장 많이 잡았을 고기에 그의 이름을 붙인 것인데, 배스보다는 베드로의 고기라는 별칭이 현지에서는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그림으로 쉽게 나타낸 모자이크를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명을 먹인 예수의 기적을 상징하는 모자이크는 갈릴리 호수 주변 타브가라는 곳에 세워진 기념교회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모자이크 속에 그려진 빵은 5개가 아닌 4개에 불과하다. 모자이크를 본 누구나 ‘빵이 왜 5개가 아닌 4개일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나머지 빵 1개는 4개의 빵이 담긴 광주리 아래 숨어있다는 지적부터 그 빵 1개는 실제 빵이 아니라 교회의 주인이자 생명의 빵으로 여겨지는 예수 자신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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