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롯데콘서트홀 송년음악회서 ‘치고이너바이젠’ 맞춰 왁킹 무대
“클래식과 대중문화 멀지 않아…새로운 시도 많아질수록 예술은 진화”
스트릿 댄스의 일종인 왁킹 댄서 립제이가 ‘스트릿’이 아닌 클래식 공연장에서 색다른 왁킹 무대를 선보인다.
오는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송년음악회에서 립제이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와 한경 아르떼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에 맞춰 왁킹을 보여준다. 그는 13일 한 언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춤으로 풀어내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립제이와 ‘치고이너바이젠’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러시아에서 열린 왁킹 행사에서 이 곡에 맞춰 춤을 췄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 20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클래식 곡인 치고이너바이젠을 스트릿 댄스 대회에서 선곡한 것은 당시에도 큰 도전이었다.
립제이는 “당시 무대는 왁킹의 ‘거장’이신 타이런 프락터 선생님도 지켜보고 있었다”며 “마지막까지도 그냥 안전하게 디스코 곡으로 선곡을 바꿀지 굉장히 망설였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이 곡을 고른 배경에는 평소에 클래식을 즐겨 듣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클래식을 정말 좋아하시고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팬”이라며 “그전까지는 어머니가 제 춤 영상을 봐도 크게 공감을 못 했을 텐데, 어머니도 공감할 수 있고 나에게도 도전이 되는 선곡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보여준 무대는 립제이가 보여준 수많은 ‘전설적인’ 무대 중 하나로 남았다. 이번 공연 역시 당시 립제이가 보여준 왁킹과 클래식의 조화가 계기가 되어 기획됐다.
정열적이고 매혹적인 선율의 ‘치고이너바이젠’이 왁킹과 정말 잘 어울리는 클래식 곡이라고 립제이는 강조했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의 강렬함은 제가 왁킹을 처음 만났을 때와 닮았어요. 바이올린이 곡의 전체를 이끌고 가며 애잔하고 서정적이었다가 강렬하고 공허해지고, 열정적이고 차가웠다가 로맨틱해지는 ‘밀고 당기기’로 사람을 온통 홀리죠. 이런 매력이 극적인 감정 표현이 잘 드러나는 왁킹과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왁킹이라는 춤을 악기로 따지자면 현악기의 소리와 정말 많이 닮았거든요.”
2017년과 달리 이번 송년음악회에서는 클래식 공연장이라는 공간에서 실제 연주자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왁킹을 선보인다.
립제이는 “스트릿 댄서로서 정말 다양한 공간에서 춤을 췄지만 클래식 홀에서 연주자와 한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긴장도 되지만 내 퍼포먼스가 연주자와 어떻게 융화될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춤은 단순한 몸동작이 아닌 “음악의 정서를 공간 안에서 미장센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 그는 클래식 공연장의 분위기를 온전히 받아들인 퍼포먼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춤과 친한 관객도 이번 무대는 공간이 달라져 새롭게 와닿으실 것 같아요. 제가 원래부터 이 공간에 녹아있던 사람처럼 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기존의 클래식 관객분들도 이 무대를 어색하게 느끼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에 관심이 많다고 한 그녀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인 이번 무대도 관객이 편하게 즐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로 클래식과 대중문화가 사실 그리 멀지 않다고 느끼실 거로 생각해요. 앞으로도 ‘멋있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일단 다 해보자’는 마인드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게 많아질수록 예술의 형태는 진화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김용구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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