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앞두고 연출·연기 나서…”원작에 담긴 체호프 정신 그대로 구현”
김수로·오만석·주호성 등 출연…”이순재 이름에 누 안되게 연습”
“작품 속 자유롭게 날지 못하고 총에 맞아 죽은 갈매기처럼,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체제 밑에서 젊은이들의 원대하고 아름다운 꿈도 좌절됩니다. 이러한 체제 밑에선 젊은이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한 체호프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려 합니다.”
‘고전 중의 고전’인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의 연출가로 원로 배우 이순재(89)가 관객 앞에 선다.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1일 개막하는 연극 ‘갈매기’에서 배우이자 연출을 맡은 이순재는 20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체호프의 원작에 담긴 메시지와 사상을 관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러시아의 극작가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로 꼽히는 ‘갈매기’는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 트레플례프와 배우를 꿈꾸는 니나의 비극적인 꿈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당대 귀족 사회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섬세한 감정 표현, 여러 명대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전 명작으로 사실주의 연극의 교과서로도 불린다.
오랜 기간 체호프 작품 연출을 꿈꿔왔다는 이순재는 “대문호인 체호프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쓴 깊이 있는 작품”이라며 “체호프가 느낀 빈민층에 대한 연민과 귀족 사회에 대한 개혁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재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이번 ‘갈매기’에는 소유진, 오만석, 김수로, 주호성, 이항나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18년 전 주인공 트레플례프 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오만석은 이번에는 성공한 작가이자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인 트리고린 역을 맡았다.
오만석은 “18년 만에 이 작품을 다시 하면서 좋은 작품은 곱씹을수록 진한 향이 난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순재와 함께 대지주 소린 역을 맡은 배우 주호성은 “모든 배우들이 이순재 선배님의 명예에 누가 되지 말자는 말을 하며 열심히 단합해 연습했다”고 소개했다.
사실주의 연극의 교과서답게 작품은 화려한 연출이나 무대 장치보다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와 대사로 무대를 꽉 채운다.
이순재는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고, 특히 이 작품은 배우가 살아야 하는 작품”이라며 “이 작품의 의미와 목적을 배우들이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연기력에 집중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내년 2월 5일까지 이어진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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