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 배경 바꾼 시즌2…”중소기업 자체가 ‘미생’에 가깝다 느껴”
4년 만에 단행본 제15권 펴내…”시즌2 드라마화도 기대”
“‘미생’ 주인공 장그래의 해외출장 루트를 그대로 따라가 봤죠. 총 열흘에 걸쳐서 요르단 중고차 부품상 밀집 지역도 가보고 레바논 베이루트를 경유해 가나로 이동했습니다.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도 중고차 부품 시장을 취재했고요.”
인기 웹툰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10일 서울 마포구 슈퍼코믹스스튜디오에서 4년 만의 ‘미생’ 후속 단행본 발간을 기념해 한 언론사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생’은 사회 초년생 장그래가 겪는 직장 생활을 그린 웹툰이다.
2012년 처음 연재됐고 2014년 임시완 주연의 tvN드라마로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목인 ‘미생’은 아직 두 집을 만들지 못해 완전히 살지 못한 상태를 일컫는 바둑 용어로, 비정규직·인턴 등 불안정한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빗대 공감을 샀다.
팔 부상과 ‘어린’ 등 신작 웹툰 연재로 긴 공백을 두고 있었던 윤 작가는 4년 만에 ‘미생’ 새 단행본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시즌2를 만들게 된 배경과 과정을 설명했다.
‘미생’ 시즌1에서는 대기업 종합상사에서 일하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시즌2는 상사 퇴직자들이 세운 중소기업을 중심에 두고 있다.
윤 작가는 “시즌1에서는 종합상사에 다니는 분들을 ‘맨투맨’으로 만나 취재했다면, 시즌2에서 다루는 중소기업은 한국무역보험공사, 코트라 쪽에서 중소기업을 많이 만나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생소한 중소기업을 배경으로 삼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은 회사 자체가 ‘미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처럼 소비되고, 그 안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조차 자조하는 부분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총 3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 ‘미생’ 시즌2는 1부는 ‘안착’, 2부는 ‘출장’, 3부는 ‘결혼’이다.
특히 ‘안착’을 다룬 1부에서 중소기업을 세우고 매달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 쓰는 사람들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윤 작가는 “취재하다 보니 매달 직원 월급을 줄 수 있는 회사는 대단한 회사더라”며 “동시에 회사 하나를 운영하고 누군가의 월급을 책임진다는 것이 지옥 같겠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시즌2에서 새 사업을 개척하기 위해 요르단과 가나에 출장을 간 장그래를 그리기 위해 열흘짜리 해외 취재도 다녀왔다고 밝혔다.
그는 “요르단에서는 아침 7시부터 현지 중고차 업체를 미팅하기도 했다”며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취재할 수 없는 내용이라 코트라(KOTRA)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 등장한 한국업체에 사기당한 요르단 중고차 부품상도 윤 작가가 직접 취재한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그는 “2013년 출장 당시 요르단 암만에서 한 중고차 부품상이 뒷마당을 보여줬는데, 한국 업체에서 사기를 당한 자동차 부품 몇천 개가 늘어져 있었다”며 “너무 부끄러웠고, 만화에서라도 이런 사기꾼을 징벌하는 내용을 넣었다”고 언급했다.
이런 꼼꼼한 현장 취재 끝에 처음 구상과는 조금 달라진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윤 작가는 “취재를 쭉 해보니 장그래가 중고차를 팔기 위해 요르단을 갈 필요가 없더라”며 “이미 국내 중고차 시장에 너무 많은 외국인 사업자가 들어와 있고, 이들의 토대가 강해서 끼어들 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윤 작가는 장그래 중고차 대신 그 부품을 수출해 난관을 뚫어보는 이야기로 손질했다고 밝혔다.
11년전에 첫선을 보인 ‘미생’은 2012∼2013년 시즌1이 연재됐고, 2015년 시즌2를 시작했지만 2018∼2021년 연재가 중단됐다. 단행본 역시 2019년 10월 제14권까지만 나왔다가 약 4년 만인 지난달 15권이 나왔다.
시즌1이 드라마로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만큼 시즌2도 드라마화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 작가는 “시즌1 드라마화할 때 시즌2까지 다 논의가 됐지만, 배우들이 다들 잘 되셔서 어떨지 모르겠다”면서도 “드라마화는 저도 기대한다”며 웃었다.
김복두 itn@itn.ne.kr
< © I T 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