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11일 ‘세계 파킨슨의 날’
증상 매우 다양해 생활개선 중요
매년 4월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1817년 학계에 병을 최초로 보고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그의 생일이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제정됐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신경세포의 소실로 발생하는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인구 고령화로인해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2017년 10만 명에서 2021년 11만 7천 명으로 5년 간 약 16% 증가했다. 10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를 통해 파킨슨병의 증상과 치료법, 관리법 등을 알아봤다.
파킨슨병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안정된 자세에서 신체의 일부가 떨리는 증상, 근육이 굳어지는 경직,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다리를 끌면서 걷게 되는 보행장애, 자세가 구부정해지면서 쉽게 넘어지는 등과 같은 운동 증상이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치매, 불안, 우울, 환시, 수면장애(불면증·잠꼬대), 빈뇨, 변비, 피로, 자율신경장애(기립성 저혈압·성기능장애·땀분비이상) 등 비운동성 증상도 있다.
정 교수는 “최근 50대 이하에서도 파킨슨병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20~30대에서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면서 “의심할만한 증상이 느껴질 경우 파킨슨병 전문 신경과 의사를 통해 빨리 적절한 약물 치료와 수술을 받으면 직장생활이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의심 증상들로는 ▲침대나 의자에서 일어날 때 힘이 드는 경우 ▲걷거나 서 있을 때 비틀거리거나 넘어지려는 경향 ▲글씨 크기가 작아진 경우 ▲주위 사람들이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약해졌다고 하는 경우 ▲걸을 때 발이 땅에서 잘 안 떨어지고 부자연스러운 경우 ▲주위 사람들이 얼굴의 표정이 전에 비해 굳어 있다고 말하는 경우 ▲손이나 발 떨림 ▲손으로 단추를 잠글 때 힘든 경우 ▲걸을 때 발을 끌면서 걷거나 보폭이 짧아지면서 종종 걸음을 걷는 경우 등이 있다.
파킨슨병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제초제나 살충제와 같은 농약 성분, 이산화질소와 같은 대기오염물질 등 환경적 인자가 파킨슨병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진 않다.
파킨슨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치료제도 아직 없다. 보통 파킨슨병으로 진단되면 뇌에서 부족한 도파민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약물로 치료하거나 수술을 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퇴행성 뇌질환 중 약물 치료로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되는 질환은 파킨슨병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동호회를 통해 파킨슨병 약물을 되도록 늦게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글을 읽고 약물 복용을 꺼리고 운동이나 한방 요법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매우 잘못된 치료법”이라면서 “뇌에서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부족하면 뇌 운동 회로를 포함한 연결 기능의 장애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담당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물의 용량과 용법을 철저히 지켜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 약물치료로 약물의 효과가 줄고, 몸이나 얼굴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드는 등의 후기 운동 합병증이 심할 경우 뇌심부자극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기계를 피하조직에 장착하고 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담창구나 시상하핵에 전기자극을 줘 운동 증상을 개선시키는 치료법이다. 뇌심부자극술도 뇌수술인 만큼 수술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아야 하고, 보통 75세 이전에 시행한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에게 운동은 아주 중요하다. 몸의 근육들이 경직되고 근육의 움직임이 느려지며 자세가 구부정해지기 때문에 스트레칭 체조와 유산소 운동을 매일 1~2시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근력 운동을 같이 하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운동은 근육들이 어느 정도 활동에 익숙해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께 하는 것이 좋다. 햇빛을 적절하게 쐬면서 운동을 하면 골다공증 예방과 우울 증상, 수면장애 개선 등에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 환자는 피곤하고 힘이 빠지고 기운이 없어 영양 관리도 신경써야 한다. 뇌에 좋은 비타민 C, E가 많이 포함된 사과, 딸기, 귤, 오렌지, 키위 등과 양배추, 브로콜리, 녹색 채소 등을 많이 먹어야 한다. 견과류를 챙겨 먹고, 기름을 제거한 양질의 닭가슴살이나 쇠고기 등도 적절히 섭취해 단백질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다만 단백질은 파킨슨병 치료제 레보도파의 약효를 경감시켜 고기를 먹을 때 복용 시간과 최소 1시간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이 권장된다.
불면증을 해소하려면 낮 동안 햇빛을 적당히 쐬는 것이 좋고 수면 2~3시간 전이나 오후 8시 이후 휴대폰이나 TV시청, 인터넷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저녁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 후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는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상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고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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