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매출 1조 신약 탄생 기대 높아져
케이캡·렉라자·세노바메이트 등 글로벌로
시장성 높은 질환 및 플랫폼 연구도 활발
100여년의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전무했던 ‘블록버스터급 글로벌 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은 연매출 1조원 이상의 의약품을 말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2027년까지 연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창출 등이 담긴 ‘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는 3개 창출을 목표로 했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원장은 “신약을 기반으로 해서 글로벌에 진출해야 파급력과 경쟁력을 갖는다”며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폐암 신약 ‘렉라자’,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등은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고 기대받는 약물이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자사 신약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 블록버스터로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K이노엔은 2028년까지 케이캡 글로벌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9년 출시된 30호 국산 신약 케이캡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복용 후 30분 내 빠르게 약효가 나타난다. 작년 9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케이캡은 세계 1위 항궤양제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몽골, 멕시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해외 5개국에 출시되며 해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페루에서는 허가 획득 후 출시 준비 중이다. 미국에선 임상 3상 중으로, 2025년경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회사는 2028년까지 진출 국가를 100개국으로 늘리고, 이중 다수에서 출시까지 이뤄져 판매 로열티가 발생하면 블록버스터에 등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일 ‘제약바이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정책토론회’에서 김기호 HK이노엔 상무는 “2028년 케이캡의 글로벌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며 “2027년까지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가장 근접한 게 케이캡일 것이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3세대 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세노바메이트, 케이캡과 달리 아직은 국내에만 출시된 약이다. 31호 국산 신약 렉라자는 지난 2021년 7월 진행성·전이성 폐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국내 출시됐다. 이후 지난 6월 1차 치료제로 허가되며, 메인 무대인 3000억원 상당 국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시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 약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도약 여부는 미국 얀센과 진행 중인 병용 임상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유한양행은 얀센과 협력해 다양한 렉라자 임상을 진행 중이다. 우선 오는 10월 유럽종양학회에서 얀센이 자사 이중항암항체 ‘리브리반트’와 유한양행 렉라자를 함께 병용해 경쟁약물 ‘타그리소’와 비교한 임상 3상(MARIPOSA)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렉라자의 글로벌 허가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 받는다.
지난달 10일 열린 간담회에서 유한양행 조욱제 사장은 “한국이 개발하고 연구한 국산 신약으로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도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수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약은 지난 2020년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글로벌 신약이다. 통상 국내에서 먼저 출시 후 해외로 나가는 관행을 버리고 애초 미국·유럽 시장을 노려 뛰어들었다. 2021년부터 유럽에도 출시됐으며, 아시아 출시를 위해 아시아인 대상 추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작년 미국에서 1692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1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8일 간담회에서 SK바이오팜 이동훈 사장은 “내년 중 미국 월 처방수를 3만건 이상으로 올리겠다”며 “수년 내 매출 1조원 달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케이캡과 같은 P-CAB 계열 신약 ‘펙수클루’의 행보도 가열차다. 대웅제약은 2030년 펙수클루의 글로벌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산 34호 신약인 펙수클루는 케이캡보다 시장에 늦게 나왔지만 P-CAB 계열 장점을 무기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선 작년 7월 출시 후 발매 1년 만에 누적 처방액 41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필리핀 정식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중국에도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에이치엘비가 개발한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허가 심사 절차에 진입했다.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 시 표준치료제 ‘넥사바’와 비교해 사망 및 질병 진행 위험을 줄인 3상 연구결과를 확보했다.
개발 중인 약물 중 시장성이 높은 질환에 도전하는 약물은 개발에 성공할 경우 높은 상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환자는 많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한미약품은 3중 바이오 신약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를 개발 중이다. 현재 2상 중으로 지난 6월 유럽간학회에서 간 섬유화 개선 효능이 나타난 동물모델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동아에스티도 NASH 후보 ‘DA-1241’을 1일 1회 경구제로 개발 중이다. 올 3분기 임상 2상을 개시할 계획이다. 2030년 FDA에 허가 신청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 벤처의 유망한 플랫폼 기술도 주목받는다.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약물 결합체(ADC)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 그동안 여러 해외 제약사에 이 플랫폼을 기술 수출하며 자금 및 공동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에서 후보물질 ‘LCB84’의 1·2상 계획을 승인받아, 처음 독자 임상 개발에 나섰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꾸는 플랫폼 기술을 가져, 글로벌 제약사와 수차례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기술 이전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의 키워드는 내수가 아니라 글로벌이고 이제 수확을 거둘 때다”며 “신약 1개가 글로벌에서 1조원 이상 판매되는 게 수년 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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