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 집행위원장 “창작자·수용자 경계 허물고 새 프로그램 시행”
“아시아 영화 맏형 역할 다할 것, 영화인과 지역주민 위한 축제…”
“‘이래서 영화제라는 걸 하는 거구나’, ‘영화제와 축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행사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개막을 이틀 앞둔 3일 한 언론사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3년 만의 정상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팬데믹 기간 온라인으로 열리거나 축소 운영됐던 프로그램들이 올해 영화제에서는 100%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허 집행위원장은 아시아영화 지원 프로그램을 전면 복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 2년 동안 아시아영화 지원 프로그램들이 사실상 보류됐어요. 올해는 아시아필름아카데미, 아시아시네마펀드, 플랫폼 부산 등 지원 프로그램이 전면 복원됐을 뿐 아니라 더 확대됐죠. 아시아 영화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다시 수행해야 한다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선보였던 ‘마을영화 만들기’와 ‘동네방네 비프’ 등 시민과 직접 호흡하는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영화제가 영화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축제가 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영화제 주요 개최지역인 남포동·해운대 일대를 넘어 부산 지역 곳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동네방네 비프’는 올해 총 16개 구·군 17개 장소에서 열린다. ‘마을영화 만들기’는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을 상영하는 프로젝트다.
허 집행위원장은 “창작자와 수용자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프로그램을 올해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며 “새로운 개념의 영화제로서 첫발을 디디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를 대상으로 한 ‘온 스크린’ 섹션을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신설된 ‘온 스크린’은 3개에서 9개로 작품 수를 대폭 늘렸다.
허 집행위원장은 “초창기에는 OTT 시리즈물에 대한 영화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꽤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OTT 시리즈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 다른 영화의 영역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시범사업에서 관객의 반응이 생각보다 굉장히 뜨겁기도 했고요. 우리 영화제는 변화하는 영화의 개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최근 강릉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일부 국내 영화제가 지자체의 일방적 지원 중단으로 위기를 맞은 데 대해서는 “한 영화제가 태어나고 없어지는 것은 시민 여론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예비 영화인 한 사람이 평생 영화를 만들 힘을 준다면 영화제로서는 가장 좋은 거죠. 부산국제영화제는 덩치가 커지는 영화제가 아닌 뿌리가 깊어지는 영화제가 되길 바랍니다.”
조재성 기자 unicho114@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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