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관람할 경우 40만원에 육박한 금액
이 같은 가격이 뮤지컬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지적도
지난해부터 인상 추세를 보여온 뮤지컬 티켓 가격이 새해에 19만원까지 올랐다.
5일 제작사 에스앤코에 따르면 오는 3월 부산 공연 개막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VIP석 티켓 가격을 19만원으로 책정했다. R석은 16만원, S석은 13만원, A석은 9만원, B석은 7만원이다. 다만 본 공연 전 닷새간 열리는 프리뷰 공연의 티켓은 VIP석 17만원, R석 14만원 등이다.
뮤지컬 티켓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렸던 VIP석 15만원은 이미 깨졌다. 지난해 11월 막을 올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VIP석을 16만원, 12월 개막한 ‘물랑루즈!’는 VIP석을 18만원으로 판매했다. 오는 12일 세계 초연으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베토벤’과 6일 부산에서 막을 올리는 오리지널 내한 공연 ‘캣츠’의 VIP석은 17만원이다.
잇따른 티켓값 인상에 관객들 사이에선 가격 부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두 사람이 관람할 경우 40만원에 육박한 금액이다. ‘문화생활도 쉽지 않다’, ‘이 가격은 포기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 같은 가격이 뮤지컬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공연계는 최근 물가 인상에 따라 제작비가 전체적으로 상승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외 라이선스 작품의 경우 로열티는 물론 오리지널과 동일한 대규모 무대 제작비 등으로 높은 비용이 든다는 설명이다.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을 올리는 ‘오페라의 유령’도 초연 오리지널 무대 세트 디자인과 스케일 그대로 제작된다. 무대 세트는 영국에서 제작돼 한국으로 공수되며 의상, 소품 등은 한국·호주·영국 3개국에서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해 공동 제작한다.
“높은 물가 상승과 제작 규모에 따라 티켓 가격이 책정된 것”이라며 “‘오페라의 유령’은 워낙 작품의 규모가 크고 오리지널과 동일한 최상의 프로덕션 퀄리티가 유지돼야 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도 오리지널 그대로 무대 세트와 의상, 소품 등을 모두 새롭게 제작한다. 그래서 사실 수년간 여러 나라에 걸쳐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월드투어보다 한국 단일 시장의 공연이 더 성사되기 어렵다”고 ‘오페라의 유령’ 측은 설명했다.
현재 공연 중인 ‘물랑루즈!’ 역시 역대급 규모의 공연이다.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사전 제작비가 약 395억원(2800만불)의 초대형 규모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무대 세트, 소품, 의상, 가발 등을 오리지널 프로덕션과 똑같이 구현한 한국 프로덕션도 국내에서 선보였던 뮤지컬 중 가장 높은 제작비 규모로 전망됐다.
CJ ENM 측은 “무대 세트, 의상, 소품 등 대부분 국내가 아닌 해외 지정 제작소에서 제작됐고, 오리지널 제작진 등이 국내 제작 과정에 참여해 일반적으로 제작되는 국내 작품보다 제작비 규모가 크다. 또 70여곡의 팝송으로 이뤄진 매시업 뮤지컬로 매우 높은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며 “한국 뮤지컬 시장 특성상 오픈런이 아닌 리미티드 런으로 운영돼 제작비 규모에 맞는 티켓 가격을 책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추후 뮤지컬 시장 매출에도 이 같은 티켓 가격 인상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공연계는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지난해 회복세를 보였고, 그중 뮤지컬 시장의 성장세가 컸다. 공연계 매출의 약 76%를 차지한 뮤지컬 시장의 티켓 판매액은 역대 최초로 4000억원대를 돌파했다.
김복두 itn@itn.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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